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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복 입은 관객들 단체 관람하기도”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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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호 05면

뮤지컬 ‘이블 데드’는 팸플릿이 독특하다. 오케스트라와 연출·제작진이 드라큘라 같은 스모키 메이크업을 한 채 표정 연기하는 사진을 실었다. 개인당 30분씩 시간을 들여 꼼꼼히 분장했다고 한다. ‘코믹 좀비 호러물’이라는 극의 색깔을 팸플릿에서부터 살려낸 것이다. 제작사 쇼팩의 송한샘(사진) 대표의 얼굴도 이 중 하나다.

‘이블 데드’ 제작사 송한샘 대표

2005년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뮤지컬 ‘헤드윅’을 프로듀스하기도 했던 송 대표는 ‘이블 데드’의 순항에 고무된 표정이었다. 언론에 ‘본격 컬트 뮤지컬’로 소개되면서 호기심을 자극한 덕인지 충무아트홀 블랙홀(총 320석)의 유료관객 점유율이 평균 70%를 웃돈다. 특히 뮤지컬 관객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20, 30대 여성 외에 남성과 외국인이 적잖게 들고 있다. 송 대표는 “이블 데드의 컬트적 측면에서 오히려 대중적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 ‘이블 데드’가 컬트 뮤지컬로 분류되는데.
“무대에 좀비와 톱이 등장하고 피를 뿌리는 것 등은 누가 봐도 컬트적 요소가 있다. 또한 원작 영화 자체가 컬트영화의 대표주자다. 하지만 뮤지컬로 옮겨지면서 훨씬 대중적인 색깔을 띠게 됐다. 캐나다 디젤하우스에서 처음 봤을 때 B급이란 생각보다 음악과 아이디어가 빛나는 ‘웰메이드 뮤지컬’로 생각했다. 소수의 컬트라기보다 컬트적인 매력을 가진 대중 뮤지컬로 생각한다.”

- 호러보다는 코믹 성격이 강하다.
“도입부에서 애쉬가 작고 조잡한 모형을 가리키며 ‘이게 우리가 건너갈 다리야’ 할 때 왁자하고 웃음이 터지면 그날 코드가 통한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상상과 억지스러운 비틀림을 관객이 받아들였다는 신호다. 한국 상황에 맞게 코믹한 번역과 아이디어도 많이 냈다. ‘맨 오브 라만차’ 등 유명 뮤지컬을 패러디한 장면이나 커튼콜 때 다른 사람과 노래를 바꿔 부르는 것 등이다. 캐나다 원작자들도 이 아이디어에 감탄해 자기들 공연에 쓰고 싶다고 했다.”

- 스플래터존에 뿌리는 피가 생각보다 적다.
“국내 환경에 맞춘 것이다. 전용관이 아니다 보니 객석을 더럽히는 게 눈치 보인다. 그리고 처음에 많이 뿌렸더니 거부감을 보이는 관객이 있었다. 외국에선 이런 쇼에서 피를 묻히며 노는 게 일반화돼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스플래터존이 아닌 곳에 피가 튀면 항의하며 세탁비를 청구하기도 한다. 아직 망가지면서 노는 쇼로 받아들이지 않는 셈이다.”

- 호응은 어떤가.
“‘헤드윅’도 그랬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매니어 관객이 늘고 있다. 한 달 남짓 됐는데 벌써 스무 번 이상 보러온 관객이 있다. 일전엔 부산에서 온 20여 명이 소복을 입고 스플래터존에서 관람했다. 하얀 소복에 피를 묻히며 즐거워하더라. 우리의 코드를 이해한 것 같아 배우와 스태프 모두 놀라고 감동받았다. 매주 금요일엔 관객들에게 스모키 분장을 해주는데 그것도 호응이 높다. 일탈과 엽기, 함께 즐기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느낀다.”

- 장기 공연 계획은.
“아직까진 스타 마케팅을 해야 하는 현실이라 류정한 등 유명 배우를 썼지만 앙코르 공연부터는 의존을 줄여갈 것이다. 배우가 아니라 작품에 몰입하게 할 것이다. 그러려면 지금보다 더 컬트적인 측면을 강화해야 할 것이고, 공연장도 보다 소규모의 응집된 공간으로 바꿔야 할 거다. ‘더 이상 못 보겠다’고 토하면서 나가는 관객이 있어야 진정한 컬트이겠지만, 하하, 아직은 이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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