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바비 컬렉팅(collecting) 문화는 인터넷의 발전과 맞물려 있다. 정보 수집과 상호 교류는 물론 컬렉팅을 하려면 새 상품 구매 못지않게 중요한 게 중고 장터의 활성화다. 초창기는 주로 야후 경매를 이용했지만 없어진 뒤 2003년 국내 최대의 인형 클럽인 ‘싸이월드 인형중독’에서 ‘인중베이’라는 자체 거래 장터를 만들었다.
바비 컬렉팅 요령과 추천 모델
하지만 몇 달 못 가 문을 닫았고 그 뒤로도 이런저런 중고 거래 사이트가 생겼지만 활발하진 않다. 인형 수집이 전반적으로 침체기인 데다 무게중심이 구체관절인형으로 급격하게 이동해서다. 하지만 바비 컬렉팅이 주춤한 것은 새로 뛰어들려는 컬렉터에게는 오히려 기회다. 한 때 수십만원의 프리미엄까지 붙던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컬렉터 입문생을 위해 개인적으로 권하고 싶은 것은 크게 세 종류다.
바비의 얼굴은 약 10년을 주기로 조금씩 달라졌다. 2000년 출범한 패션모델 시리즈는 도자기 느낌의 실크스톤이라는 신소재로 몸을 만들고 얼굴은 1950년대 바비의 얼굴을 재현했다. 고급스러운 느낌과 빈티지적 매력을 동시에 주고 있으며 의상이 정교한 것도 특징이다. 추천 모델은 뿔테 안경의 지적인 매력을 보여주는 ‘패션 에디터’(2001)와 란제리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섹시한 것으로 정평이 난 짧은 ‘플래티넘 블론드’의 4번(2002)이다.
밥 매키는 71년 브로드웨이에서 데뷔한 이래 뮤지컬과 오페라, TV와 영화를 가리지 않고 활동하며 미국을 대표하는 코스튬 디자이너로 자리 잡았다. 셰어의 무대 의상으로도 유명한 그와 바비의 인연은 ‘골드바비’(90)로 시작되었다.
여신 시리즈로 대표되는 밥 매키 컬렉션은 글래머라는 단어를 형상화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래도 하나 골라야 한다면 ‘마담 듀’(97)로, 로코코 패션의 특징을 살리면서도 인형다운 과장된 화려함을 잃지 않는다.
아프리카의 보물 시리즈는 단순히 전통 의상을 입은 아프리카 미인에 그치지 않고 특유의 원초적 힘과 위엄을 당당하게 표현했다. 유난히 검은 피부와 넓은 콧마루, 두꺼운 입술 등 백인 위주 미의 기준을 탈피한 것도 높이 살 만한데 흔히 여왕님으로 불리는 ‘음비리’(2002)가 그중에서도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