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프레트르著 가상소설 "나의섬은 나의 광기다"번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포스트모더니즘의 원조격으로 현대의 정신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광기의 철학자 니체의 미로같은 내면세계를 다룬 소설『나의 섬은 나의 광기다』(원제:Friedrich Nietzsche)가 번역돼 나왔다.프랑스 철학교사인 이자벨 프레트 르가 쓴 이책은 니체가 광증을 보이기 시작한 1889년부터 1900년 사망하기까지 11년간 쓴 가상의 일기형식을 취하고 있다.그러나 실제 이 기간중 니체는 일체의 활동을 중단한 채 어머니와 누이의 간호를 받으며 지냈다.
프레트르가 니체의 전기소설을 쓰면서 하필 이 기간을 대상으로한 것은 광증이야말로 니체가 자신의 몸을 던져 보여주는 니체철학의 살아 있는 이미지라는 생각 때문이다.
니체는 플라톤이래 서구철학의 불문율로 받아들여져 왔던「본질주의」(인간의 배후에 신.이성.과학등 인간을 규정하는 본질적인 가치가 있다는 생각)에 반기를 들었던 철학자.그는 본질주의에 입각한 서구문명의 모든 가치체계가 인간을 억압하는 지배 이데올로기로 작용하는 것을 간파하고 신랄한 비판을 퍼부었다.그리고 이 모든 억압적인 체계를 떠나 개인의 힘으로 홀로 설 수 있는초인이 되어야 한다는 의지의 철학을 역설했다.
그러나 니체의 삶은 그가 주장했던 초인과는 사뭇 달랐다.오히려 그가 예견했던 20세기의 분열과 허무주의의 표상같은 일생을보냈다.목사인 아버지와 목사의 딸인 어머니의 엄격한 교육을 받고 성장한 그는 평생을 초인에 대한 열망과 섬약 한 현실의 자화상 사이에서 갈등을 겪었다.
『나의 섬은…』은 이같은 관점에서 니체의 삶과 철학을 조명하고 있다.『성스러운 여인들은 스프를 끓이고 미사를 드리러 간다.그 어떠한 형태의 애정표현도 그들에겐 모두 지나친 열정이며 집착의 표현일 뿐이다.프란시스카!(어머니)내 인생 이 엉망이 된건 다 그녀 탓이다.여자들 앞에서 행동을 절제하는 이 저주스런 습관을 붙이게 된 것도 다 그녀의 교육 때문이다.』 『신은죽었다』며 당시를 지배하던 종교적 가치체계조차 억압으로 여겨 거부했던 니체는 이미 자신의 몸속에 그같은 억압체계가 견고하게자리잡고 있음을 알고 고통스러워 한다.자신의 철학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부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그러나 니체는 이 모순을 이기지 못하고 광기속으로 도피한다.
『사람들은 내가 정신병자라고,정신분열증 환자라고 한다.그러나지금이 내 인생에서 유일하게 행복한 시기인 것을.』 피에트르는광기를 니체의 삶이 갈 수 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귀결점으로 본다.그러나 그는 니체가 겪었던 분열의 양상과 광기를 개인적인 문제로 보지 않고 보편적인 인간의 한계로 확장시켜 놓는다.
『평생 바보들에게 대항해 싸워왔건만 이제 영원히 잠에 빠지고나면 그들이 뭐라 떠들든 반박할 수 없으리라.그들의 먹이가 되리라.그 생각을 하면 구역질이 난다.그들은 나의 이미지에 먹칠을 할 것이다….누가 나를 방어해 주랴.누가 나 를 위해 무기를 들어 주랴.』 세상의 99%를 적으로 여긴채 외로운 섬처럼떠있었던 니체는 죽기 직전까지도 세상과 싸우며 자신의 철학적 입장을 늦추지 않은 것으로 묘사된다.그러나 죽음 당일의 일기는『엄마 아빠가 날 부르신다』로 끝난다.
南再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