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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선방, 친디아 비명 … 국내선 IT가 체면 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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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연초 피델리티자산운용 데이비드 프라우드 사장이 한국 펀드시장을 두고 한 말이다. 올해도 그 말이 딱 들어맞았다. 지난해 ‘대박’ 수익률을 터뜨렸던 국내외 주식형 펀드가 올 1분기엔 ‘쪽박’에 가까운 실적을 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식형에 가입했다면 번 걸 다 까먹고 원금까지 손실을 본 투자자가 대다수다. 더욱이 연초부터 주가가 수직 급강하하는 바람에 환매 타이밍 잡을 틈조차 없었다. 반면 지난해 죽 쑨 정보기술(IT)섹터와 채권형 펀드는 올 1분기 선방했다.

특히 IT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를 따라가는 상장지수펀드(ETF)가 눈에 띄는 성적을 냈다. 일반주식형 펀드 가운데 수익률 1~3위를 IT섹터 ETF가 차지했다. 지난달 삼성전자·하이닉스·LG전자 등 IT 주가가 크게 오른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주식형 부진 속에 삼성그룹 펀드가 선방한 것도 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SDI 등 IT 계열사 덕분이었다.

연초 세계 증시에는 악재가 겹쳤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글로벌 투자은행의 파산 위기로 번지며 증시를 짓눌렀다.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값 폭등은 내리막 경기에 가속도를 붙였다.

지난해 세계 증시의 버팀목이 됐던 중국·인도 시장조차 수급 균형이 무너졌다. 이 바람에 중국·인도 펀드는 1분기 각각 25%와 23% 손실을 냈다.

자원 부국으로 기대를 모은 러시아·브라질 시장도 투기자금이 빠지면서 지난달 이후 침체에 빠졌다. 지난해 부진한 일본 펀드와 부동산 펀드는 올해도 살아나지 못했다.

해외펀드 중에선 특정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섹터 펀드가 괜찮았다.

IT섹터 펀드가 수익률 상위권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원자재와 기초소재 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한 펀드도 두드러진 실적을 올렸다. 국제 원자재 값 급등의 혜택을 입었기 때문이다. 국내외를 통틀어 주식형 가운데 1분기 플러스 수익률을 낸 건 기초소재섹터 펀드 하나뿐이었다. 다만 최근 원자재 값이 하락세로 돌아서 1개월 수익률은 좋지 않았다. 반면 국내 주식형은 지난달 국내 증시가 반등해 준 덕분에 1개월 수익률이 플러스로 반전했다.

지난해 정기예금 이자에도 못 미치는 3.5%의 연간 수익률로 체면을 구겼던 채권형은 출발이 좋았다. 1분기 수익률이 2.6%로 연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10.4%에 달한다. 20% 안팎의 손실을 낸 국내외 주식형과 비교하면 선전한 셈이다. 다만 채권형은 1년 누적으로 보면 여전히 은행 정기예금 금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자산운용사의 명암도 펀드의 부침을 반영했다. 지난해 1등을 한 동부운용은 수위를 지켰으나 지난해와는 순위가 많이 바뀌었다. 지난해 20위 안에 명함을 못 내민 미래에셋맵스운용과 유리운용이 올 1분기엔 3위와 5위로 올라섰다. 미래에셋맵스 펀드가 많이 산 삼성그룹주가 효자 노릇을 했다. 유리는 1분기에 급락한 건설·화학주를 덜 편입한 게 선방한 비결이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 최상길 상무는 “1분기 주식형 성적이 부진했지만 1년 누적으로 보면 여전히 수익률이 가장 높다”며 “유행을 좇기보다 긴 안목으로 보는 게 펀드 투자에서 이기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증권팀=정경민·최현철·김선하·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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