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삼청동 은근히 폼나는 동네

중앙일보

입력 2008.03.28 01:26

업데이트 2015.03.2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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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언덕길·계단길·샛길 모퉁이마다 맛집이니 걷는 수고도 삼청동에선 즐거움이다.
“삼청동 길에 들어서면 묘한 기분이 있어요.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종이비행기에 실어 날려보내는 듯한 해방감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김수연(서울 프라자호텔 홍보실)씨는 삼청동에 자주 간단다. 일거리가 많다면 삼청동 점심식사로 숨을 고르고, 퇴근 직전 데이트 약속이 펑크나면 삼청동에서 와인을 홀짝거리며 화를 삭인단다. “요즘처럼 봄의 향기가 느껴질 때 삼청동은 더 매력적이죠. 내 몸과 마음도 덩달아 새로움이 피어나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요맘땐 더 자주 삼청동에 간다. 친구들이랑 가는 주말 나들이 코스로도 제격이다. 골목골목 숨어 있는 옷·모자·액세서리 가게들을 구경하다가 달콤한 디저트와 커피를 만나는 ‘작은 사치’를 누릴 수도 있다.

삼청동이 몇 년 새 확 달라졌다. 새 단장한 한옥들이 숲과 맑은 공기와 어우러져 생동감을 준다. 음식점들도 삼청동 터줏대감인 수제비집·보리밥집·홍합밥집에 그치지 않는다. 동서양을 넘나드는 퓨전요리는 물론 디저트 전문점에서 와인바까지 원하는 건 무엇이든 찾을 수 있다. 지난 토요일 점심식사를 마치고 느긋하게 삼청동 길을 걷고 있는 김수연씨에게 삼청동의 신흥 맛집을 소개받았다.

정리=유지상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루=와인이 생각나는 퓨전 스타일의 한식집. 밥짓기 내공을 따지기에 앞서, 탁 트인 통유리창과 깔끔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눈길을 끈다. 일품요리 중에서는 생감자를 국수처럼 깎아 만든 생감자 검은콩국수(1만2000원), 돼지고기를 된장양념에 구운 맥적과 겉절이(2만원), 버섯이 듬뿍 들어간 고소한 맛의 버섯들깨탕(1만5000원)이 인기다. 점심엔 1만원짜리 코스메뉴도 있다. 와인을 가져가면 받는 ‘코키지 차지’가 없다는 게 큰 매력. 그러나 와인 리스트에 없는 것에 한한다. 일요일 휴무. 02-739-6771.

▶와노=‘일식=다다미방’의 개념을 무너뜨린 곳. 그렇다고 온돌방은 아니다. 한옥을 현대식으로 개조한 공간이다. 젊은 주인 부부가 화려하지 않은 일본 가정음식을 만들어낸다. 고급 일식 요리처럼 세련된 맛은 없지만 편안하게 먹을 만하다. 3품 전채로 시작해 두부요리·삼겹살말이·찹쌀떡조림·생선된장조림·생선회·두유탕으로 이어지는 점심코스가 2만5000원. 식사는 익힌 연어 살이 들어간 연어알밥이다. 두 벽이 창으로 만들어진 별실이 분위기 최고다. 02-725-7881.

▶바삭=상호에서 느껴지는 대로 바삭바삭함이 가득한 튀김요리 전문점. 친구들이랑 소곤소곤 떠들고 싶을 때 찾는다. 1만원짜리 점심세트 메뉴가 알차다. 채소 샐러드로 시작해 홍합구이를 먹고 나면 본격적으로 튀김메뉴가 상에 오른다. 새우튀김(사진)·깻잎튀김·고로케 스타일까지. 중간에 느끼한 맛을 달래주는 한입 크기의 연어회 샐러드도 나온다. 식사는 알밥. 밥 한 공기의 양이므로 부족하지 않다. 입가심용 자몽주스는 색다른 여운을 남긴다. 02-720-2251.

▶쿡앤하임=햄버거가 정크푸드라는 편견을 바꾸는 곳. 자연주의 가정식 요리를 고집하는 주인이 만드는 수제 햄버거와 파스타를 만날 수 있다. 빵 위에 각종 채소와 패티 등을 쌓아 만든 포르마지오 버거(1만5000원)는 친구들에게 한턱 ‘쏘더라도’ 잘 먹었다는 답을 들을 수 있는 메뉴. 리코타·버팔로·고르곤졸라·파르마산 등 여러 가지 치즈를 패티·채소류·피클 사이에 넣어 만든다. 독일식 양배추절임이 들어가 아삭하게 씹힌다. 한옥의 미니정원도 눈을 즐겁게 한다. 02-733-1109.

▶산에 나물=서울시내의 나물 전문점 중에선 수준급으로 꼽힌다. 직장 상사나 은사님을 모시고 차분한 식사를 하고 싶을 때 좋다. 더덕취·고사리·고비·참취 등 10여 가지 나물 메뉴는 철에 따라 달라진다. 마 들깨소스 두부튀김에 연잎 쌈밥으로 이어지는 산유화정식(2만5000원)이 가장 무난할 듯. 나물요리는 전반적으로 맛이 강하지 않은 게 특징이다. 고기나 생선 요리가 들어간 값비싼 메뉴도 있지만 나물 전문점엔 어울리지 않는 듯. 월요일 휴무. 02-732-2542.

▶청=하늘하늘 흔들리는 촛불, 은은하게 다가오는 재즈 소리, 그리고 와인까지 갖춘 중식 레스토랑이다. 창밖에 보이는 미술관은 식사하는 동안 눈을 편안하게 하고, 식사 뒤에는 소화를 돕는 산책 코스로 훌륭하다. 메뉴는 정통 중식 요리보다는 우리의 입맛에 맞는 한국식 요리가 많다. 특히 부드럽게 조리한 해산물 소를 넣은 광둥식 춘권(4개 한 접시에 1만원)은 바삭바삭한 피 속에 숨은 유산슬을 맛보는 듯하다. 점심 코스메뉴는 2만3000원부터. 연중무휴, 무료 주차대행 서비스. 02-720-3396.

▶플로라=정독도서관 맞은편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삼청동 일대의 양식당 중 가장 내공 있는 맛을 낸다. 세계요리대회 메달리스트인 조우현 조리장이 주방에 있기 때문. 편안한 친구랑 갔을 땐 조리장 스페셜 피자(1만8500원)를 주문한다. 얇은 반죽에 모차렐라 치즈와 마늘을 올려 오븐에 구운 다음 루콜라와 갖가지 꽃을 얹어 테이블에 낸다. 루콜라와 꽃을 씹는 맛이 향긋하다. 파스타 중에는 카르보나라(1만4900원)를 즐겨 먹는다. 디저트는 무료. 02-720-7009.

▶궁연=궁중음식연구원 한복려 원장이 직접 운영하는 궁중음식 전문점. 임금님 상차림답게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이 가득하다. 외국에서 온 손님에게 한국의 고급 음식문화를 소개할 때 찾을 만하다. ‘대장금’에 나왔던 음식을 재구성한 장금만찬(7만6000원)은 일본 관광객들에게 인기. 점심 메뉴는 3만원부터. 손님들이 많이 찾는 궁연정찬은 5만원. 마른안주를 시작으로 색밀쌈·맥적·두부전골과 오첩반상으로 이어진다. 무료 주차대행 서비스. 02-3673-1104.

▶천진포자=한국말을 전혀 할 줄 모르는 중국 사람들이 만두를 빚어 파는 특이한 집이다. 부담 없는 값이 매력적이고, 이국적인 분위기가 재미나다. 육즙이 풍부한 고기만두, 해산물이 들어간 삼선해물만두가 인기. 다이어트를 생각하는 아가씨들은 부추야채만두의 푸릇푸릇한 맛을 즐긴다. 대나무 찜통에 6개를 담아 주는데 값은 4000~5000원. 한 점포 건너 면요리를 파는 천진포자도 있어 따로 사다가 먹을 수도 있다. 02-739-6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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