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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holic의 역사 산책> 인사동 걷기 2 - 인사동은 살아있는 역사박물관

중앙일보

입력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따라 걷다

“천도교가 없었다면 중앙대교당이 없고, 중앙대교당이 없었다면 상해임시정부가 없고, 상해임시정부가 없었다면 대한민국의 독립이 없었을 것이다.”
상해에서 귀국한 백범 김구 선생의 말이다. 천도교중앙대교당이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그중에서도 독립운동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사적 현장이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말이다.

종로구 경운동에 자리한 ‘천도교중앙대교당’은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출발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5번 출구로 나와 삼일로를 따라 걷기를 5분여. 오른쪽으로 빨간 벽돌담으로 둘러싸인 수운회관이 보인다. 수운회관 앞에 놓인 ‘독립선언문배부터’라는 표지비 하나가 바로 옆에 천도교중앙대교당이 있음을 암시한다. 건너편에는 고종이 12살 왕위에 오르기 전까지 살았던 운현궁이 보인다. ‘박영효 집’에 이어서 걷고 싶다면 경인미술관에서 골목길을 따라 조금만 더 안쪽으로 걸어들어 가면 중앙대교당의 높은 탑이 한눈에 들어온다. 탑을 바라보며 인사동 골목 곳곳에서 찾아올 수 있다.

인사동 골목에서 바라 본 천도교중앙대교당

서울유형문화제 제36호로도 지정된 천도교중앙대교당은 일제강점기 때 독립운동의 발원지로 이곳에서 3·1운동과 6·10만세운동이 계획되었다. 지금은 헐리고 없는 조선총독부와 명동성당과 함께 당시에는 서울의 3대 건축물로도 불려졌다. 하늘을 찌를 듯 높은 탑과 아치형 창문, 빨간 벽돌의 건물은 명동성당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만큼 크고 아름다웠다.

천도교중앙대교당의 외경과 내부 전경

천도교중앙대교당 앞에는 돌담을 사이로 ‘민익두가’가 자리하고 있다. 인사동으로 통하는 문을 나서면 바로다. 민익두가는 한국 근대 건축의 개척자 박길룡 선생이 설계한 개량한옥으로 서울시 민속자료 제16호로 지정되어 있다. 팔각지붕에 기둥이 흘러내리는 전통적인 한옥의 건축양식에 화장실과 목욕탕을 실내에 넣는 등의 근대적인 건축개념이 조화되었다. 지금은 ‘민가다헌’이라는 음식점으로 이용되고 있다.

개량한옥의 모습을 보여주는 ‘민익두가’

민익두가에서 다시 삼일로로 나와 낙원상가 방향으로 걷다보면 그 길의 끝에, 1919년 3월 1일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독립만세를 외쳤던 ‘탑골공원’이 나온다. 삼일문을 통해 탑골공원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저 멀리 중앙에 팔각정이 눈에 들어온다. 팔각정 뒤로는 국보 제2호인 원각사지십층석탑의 보호각 정비공사가 한창이다. 공사는 이달 말에 완료될 예정이다. 오른쪽으로 3․1독립선언기념탑과 손병희의 동상이 보이고 공원의 산책로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면 동판으로 새겨진 3․1운동의 기념부조가 돌담을 따라 이어졌다. 공원 곳곳에는 스치듯 오가는 많은 사람들의 발길로 분주했다.

독립운동의 산 교육장 ‘탑골공원’

탑골공원을 나와 오늘의 마지막 지점인 승동교회로 향한다. 탑골공원 옆 인사동 방향으로 횡단보도를 건너 다시 인사동길로 들어서면 교회의 표지판이 길을 안내한다. 인사동길에서 승동교회로 이어지는 좁고 어두컴컴한 골목길은 잠시나마 당시의 시간을 회복시켜 주는 듯하다.
1893년 미국 북장로교회 선교사 무어에 의해 설립된 승동교회는 1919년 3·1운동 때 교회학생을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학생시위운동이 벌어졌던 곳이다. 1919년 2월 20일 교회 지하실에서는 경성의 전문학교 학생 20여명이 모여 3·1운동의 지침과 계획을 논의했을 뿐 아니라 이곳에서 독립선언서를 인쇄, 배포했다고도 전해지고 있다. 또한 승동교회에서 대한여자기독교청년연합회(YWCA)가 창립되어 여성들의 사회활동과 봉사에 일익을 담당하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구조보수공사가 한창인 ‘승동교회’

사진으로 보는 승동교회

그런데 아쉽게도 지금 승동교회는 구조보강보수공사가 한창이다. 올해 10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라 하니 그때까지는 그곳의 역사현장을 들여다보기는 어려울 듯. 다만 교회의 맞은편 벽에 ‘사진으로 보는 승동교회’ 현수막이 길게 걸어져 있어 이곳을 찾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을 준다. 1893년 설립 당시부터 2007년에 이르기까지의 한국의 근대사와 함께한 교회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객원기자 최경애 doongjee@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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