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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무 문화재청장 가문 3대 11명이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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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무 전 국립박물관장이 문화재청장에 발탁되면서 새삼 그 집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한국사학계의 거목이었던 이병도 박사(1886~1989)의 손자일뿐 아니라 이장무 서울대 총장의 친동생이다. 3대에 걸쳐 교수가 11명인 ‘공부하는 가문’ 출신이다.

이병도 박사는 1919년 일본 와세다대(사학 전공)를 졸업하고 1919~25년 중앙학교(현 중앙고) 교원과 1932~43년 중앙불교전문학교(현 동국대) 강사, 1941~43년 이화여전 강사를 지냈다. 34년 한국의 언어, 역사, 문학과 주변국 문화를 연구하는 학술단체인 진단학회 발기인과 실무진으로 참여했으며, 대표를 지냈다. 일제 때 총독부 중추원 산하의 조선사 편수회에 촉탁으로 일했다.

해방 후 1945~62년 서울대 문리대 교수를 지낸 뒤 문교부 장관, 학술원 회장을 역임했다. 박사학위는 1952년 서울대에서 받았으며 1967년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박사는 슬하에 5남 3녀를 뒀다.

그의 장남 기영(1914~2002)씨는 경성고보(경기고 전신)와 경성의전(서울의대 전신)을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제2대학에서 생화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의대 교수를 지냈다. 기영씨의 자녀도 모두 교수다. 장녀 인혜씨는 미국 켄터키 주립대, 장남 영무씨는 캘리포니아 주립대, 차남 웅무씨는 아주대 자연과학부 교수다.

이 박사의 차남 춘녕(1917년생)씨는 일본 규슈대 농학부를 마쳤으며 미국 조지타운대학교에서 생화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농대 교수와 학장을 지냈으며, 현재 명예교수로 있다.

춘녕씨의 아들이 바로 장무·건무 형제다. 장무(1945년생)씨는 경기고와 서울대 공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공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를 지냈으며, 1997~2002년 공대 학장을 역임했다. 2006년 7월부터 서울대 총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차남 건무(1947년생)씨는 서울대 고고인류학과를 거쳐 고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박물관에서 오랫동안 일했으며 2003년 4월부터 2006년 8월까지 차관급인 국립박물관장을 지냈다. 그 뒤 용인대 예술대 문화재보존학과 교수로 자리를 옮겨 이 대학 문화재대학원장 등을 지내다 이번에 차관급인 문화재청장을 맡게 됐다.

이병도 박사의 삼남 태녕(1924년생)씨는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 화학교육과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명예교수로 있다. 문화재 보존분야를 개척해 관련 과학자로 이름을 날렸다. 석굴암의 과학적인 비밀을 밝혀내 1973년 2월 '석굴암의 구조와 습기문제'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일제가 석굴암에 담긴 과학적인 원리를 모르고 보수를 하는 바람에 습기가 차게 됐다는 내용이다. 문화재 반환위원회 부의장을 지냈으며, 문화재보존과학회 초대 회장도 맡았다.

그의 아들 경무(1957년생)씨는 서울대 의대를 나와 충북대 의대 재활의학교실 교수로 있다. 삼녀 희경씨는 영국 런던대 SOAS(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역량 있는 학자로, 국민대 조형대 도자공예학과 교수다. 오남 본녕(1936년생) 씨도 미국에서 교수로 활동했다.

김진희 기자

※논란: 이병도 박사의 조선사편수회 촉탁 근무 경력을 두고 친일 논란과 함께 식민사학의 계승자라는 주장이 일부에서 제기됐다. 그러나 그가 단군신화를 건군신화로 인정, 일제의 식민사학과 여러 점에서 궤를 달리 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 박사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후손 가운데 한 명은 한 인터뷰에서 "친일 주장은 겸허하게 수용한다"고 발언했으며, 다른 후손은 "일제때 창씨도 하지 않고 버텼는데 무슨 친일인가. 실증사학을 식민사학이라고 주장하는 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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