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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이색문화공간>4.토가 연극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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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다테야마(立山.3,015m)가 버티고 있는 일본 제일의 산악지대 도야마(富山)縣.여기서도 가장 오지인 공고도잔(金剛堂山.1,637m)계곡에 「일본 연극의 이상향」 토가(利賀)연극촌이 자리잡고 있다.
전통가옥을 연극공연장으로 쓴 특유의 세계적 이색 공연장.그러나 토가는 일본 연극의 중심이자 세계화를 위한 전초기지가 됐다. 토가에서는 82년 이래 해마다(7월중순~8월하순)세계연극제가 열리고 있다.올해는 처음으로 하루(新綠)연극페스티벌(4월28일~5월14일)이 열렸다.
토가연극촌은 갓쇼(合掌)라는 전통가옥을 개조한 토가산보(利賀山房.3백50명 수용)와 신토가산보(新利賀山房.6백명),8각형현대식 건물인 토가스튜디오(1백50명),호숫가에 자리잡은 야외극장(8백명)등 4개의 극장과 배우들의 숙식시설 .연습실.휴게실 등으로 이뤄져 있다.
갓쇼는 말 그대로 두손을 합장하듯 뾰족한 지붕이 특징.우리나라 초가처럼 억새풀로 엮었다.지붕은 10년에 한번 엮는다고 한다. 건물은 삼나무를 못 없이 끼워 맞추거나 줄로 묶어 만들었다.구들이 없고 「이로리」라는 장작난로뿐인데 이 연기로 인해 대들보.벽.서까래 같은 나무들이 온통 새까맣게 그을려있다.또한실내에 들어서면 높은 천장에 다락이 2,3층 겹겹이 세워져있다.이처럼 검은 벽과 높다란 지붕이 연극하기에는 알맞은 공간을 제공해주고 있는 셈이다.
갓쇼에 들어서면 넓다란 마룻바닥이 무대가 되고 층층이 다타미를 깐 자리가 객석이 된다.관객들은 신발을 벗고 들어와 다타미에 걸터앉는다.
지난달 28일 찾아간 토가연극촌의 산중턱 위로는 흰눈이 그대로 쌓여있고 연극촌 앞 개천은 눈녹은 급류로 귀청을 때렸다.썰렁한 극장 앞마당에 들어서자 이런 산골짜기에 과연 관객이 있을까 궁금했다.
그러나 페스티벌의 첫 공연인 『聖히바리궁전』이 시작되기 20분전부터 극장 옆 휴게실에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와 금방 3백여명이 줄을 서서 교회예배를 보듯 신토가산보로 입장했다.일본 연극계 신예연출가 가노(加納幸和.36)의 작품인데 「新가부키」라는 설명이 붙어있었다.
3백년이나 됐다는 갓쇼에서의 연극은 신비롭기까지 했다.실내는삼나무향기로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배우들의 발 구르는 마루의울림이 미세한 울림부터 쿵쾅거리는 강한 울림까지 호소력을 가지고 울려퍼졌다.연극도중 풀벌레들이 이따금 서까 래에 달린 조명등에 어지럽게 날아들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낭만적이었다.
『가노 연극을 도쿄(東京)에서 보았는데 토가에서 다시 보니 산중 분위기탓인지 더욱 인상적이었어요.배우들의 대사가 메아리져울리는 것만 같고 관객들의 태도도 정말 진지하더군요.』 극이 끝나고 나온 오카노(岡野眞理.30)는 아직 감동의 여운이 남아있는 듯 했다.오사카(大阪)에서 전기회사 경리로 있다는 그녀는연극을 위해 7시에 출발,5시간 달렸다고 말했다.
하루페스티벌은 여름세계연극제와는 달리 외국극단은 참가하지 않고 일본연극계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신예연출가들의 대표적 작품만으로 꾸며진다.이번에는 일본연극계에서 「P4」로 불리는 30대기수 히라타오리자(平田.33).미야기( 宮城聰.36).야스다(安田雅弘.33).가노가 참가,자신들의 역작을 무대에올렸다. 『도쿄는 이미 연극하기에는 물가도 비싸고 공간도 없어요.연극은 공동작업을 중요시하는데 도쿄는 적합하지가 않았죠.』도쿄에서 와세다소극장을 운영하던 「일본연극계의 영웅」스즈키(鈴木忠志.54)는 76년 도쿄를 버리고 자신의 극단 「스코트」를끌고 토가로 들어왔다.
당시 토가는 주민들이 도회지로 떠나면서 빈 갓쇼들이 늘기 시작했다. 스즈키와 함께 갓쇼를 연극무대로 개조한 사람은 유명한건축가 이소사키(磯崎新)였다.그는 자연과 조화를 이룬 생활공간을 그대로 살린 채 극장공간을 만들었다.
스즈키는 토가를 근거지로 20년동안 세계적인 연극무대로 가꿔나갔다.지난해 제13회 세계연극제까지 17개국 1백2개 극단이이곳을 다녀갔다.
스즈키는 이번 하루페스티벌에서『이와노프』『헨리4세』『세상끝으로부터 안녕』등을 연출했다.특히 지난달 29일 오후7시 야외극장에서 있은『세상…』에서는 1천여명이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자리를 뜨지 않고 끝까지 객석을 지켰다.그는 이 공연에서 불꽃놀이를 이용,호숫가를 대낮처럼 밝히는 등 연극을 축제화했다.스즈키는 연극이 끝난후 관객들과 밤늦도록 술을 나누며 연극에 관한 이야기로 꽃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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