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경수로회담 어디로가나-北 NPT 불참 속셈

중앙일보

입력 1995.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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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이 핵비확산조약(NPT)연장회의 막바지에 회의불참을 선언한 것은 일단 북한핵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NPT회원국들의 압력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의사표시다.
박길연(朴吉淵)유엔주재 북한대사는 NPT회의 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이번 회의에서 작성된 문건이 부당하게 한반도 핵문제를거론하고 있다』고 직접적으로 거론,의도를 분명히 했다.
한편 북한은 지난 93년4월 NPT탈퇴를 유보한다고 밝힌 이래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해온『NPT 탈퇴를 유보한 특수지위』라는 주장을 서한에서 되풀이함으로써 곧 재개될 북미간 협상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려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북한이 주장하는「NPT탈퇴를 유보한 특수지위」라는 말은 NPT를 완전히 탈퇴한 것은 아니지만 NPT 회원국도 아니므로 국제법적으로는 회원국으로서 의무인 핵무기개발금지를 지키거나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전면적인 핵사찰을 받을 필 요가 없다는뜻이다. 따라서 현재 북한이 핵동결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순전히 지난해 10월 미국과 체결한 제네바합의문에 따른 것일 뿐이며 NPT조약상 의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주장이다.
제네바합의가 예정대로 이행되지 않고 파기되는 상황이 되면 자신들은 NPT조약이 금지하는 핵무기개발에 나서도 아무런 국제법적 위반행위를 하지 않는 셈이라는 주장인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현재 제네바합의에 따른 핵동결 유지를 감시하는IAEA요원들에게 자신들이 스스로 판단하는 것 이상의 핵사찰활동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이같은 논리는 국제사회에서는 전혀 인정되지 않고 있다.
북한과 지난 2년여를 협상해온 미국 역시 북한의 특수지위 주장은 한번도 인정하지 않았으며 북한의 행동은 국제조약상 불법적인 것임을 강조해왔다.
이번에도 美국무부는 북한이 회의에 불참한다고 해서 회의에서 결정되는 NPT조약상 의무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NPT회의불참을 밝히면서 특수지위 주장을 되풀이한 것은 현재 난관에 봉착한 제네바핵합의가 파기될경우 NPT탈퇴도 불사할 것이라는 강경입장을 내비치는 협박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이같은 의도가 효과를 거둘 지는 미지수다.
북한이 NPT탈퇴를 선언한 지난 93년 3월에는 NPT조약의연장여부가 매우 불투명한 시기였다.
당시 미국은 북한의 NPT탈퇴와 핵개발을 중지시킴으로써 다른회원국들이 NPT조약 연장에 반대하는 분위기를 무마하려는 의도를 가졌었으며 따라서 북한의 NPT탈퇴 움직임은 미국에 대한 위협수단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다르다.이미 NPT회원국들은 대다수가 NPT조약의 무기한 연장에 동의하고 있어 북한의 행동은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다나팔라 NPT회의 의장이 북한의 서한을 접수한 뒤『북한이 다시 회의장에 돌아오도록 권유할 생각은 없다』고 말한 것은 이같은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康英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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