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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테러범 잡은 美경관 행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한 경찰관의 성실한 근무가 세계를 놀라게 한 미국 오클라호마시티 연방건물 폭파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맥베이를 범행 하루만에검거하도록 했다는 외신은 우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주인공인 찰스 행어는 오클라호마州의 인구 6천명에 불과한 소도시 페리市의 고속도로 순찰대원.폭파사건 발생 1시간반쯤 뒤 행어는 고속도로를 과속으로 달리던 승용차를 단속했다.맥베이는 『미시간을 출발,횡단여행을 하는 중』이라고 둘러대 지만 말쑥한신사복이 여행차림으로는 이상하다고 의심한 행어는 면허증 제시를요구한다.맥베이가 면허증을 꺼내려고 허리를 굽히는 순간 행어는상의 사이로 보이는 권총과 허리춤에 차고 있는 칼을 보고는 경찰서로 연행했다.하룻밤이 지난뒤 맥베이는 폭파사고로 수배된 용의자의 몽타주에서 전날 자신이 단속했던 맥베이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곧바로 FBI에 연락했던 것이다.
처음 단속할 때 그는 맥베이가 폭파사건 관련자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고 한다.그는 「법대로」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로 원리원칙에 충실했고,교회에 갈 때도 경찰복을 입을 정도로 고지식했다.규정보다 2마일을 초과했다고 친구에게 교통위반 딱지를 떼기도했으며,교통신호를 위반한 자신의 어머니까지 입건할 정도였다니 어느 정도인지 알만하다.
물론 용의자의 검거까지는 실제 모습과 흡사한 몽타주의 신속한작성과 재빠른 정보교류등 다른 요인도 많았을 것이다.그러나 사소한 허점도 놓치지 않는 행어의 빈틈없는 근무태도가 무엇보다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어떤가.경찰은 성폭행 범인의 수배전단을 만들면서 인상착의가 비슷한 형사의 사진을 넣어 말썽이 됐고,행정공무원들은 지방자치선거가 임박하면서 마음이 들떠 관청마다 행정공백이 심하다니 너무도 대조적이라는 느낌이다.
우리는 공직자들에게 힘에 겨운 큰 일을 기대하지 않는다.행어는 비록 사소한 일이지만 직분에 어긋나지 않게 충실히 근무했기에 「모든 경찰의 표상」으로 찬사받으며 미국 국민의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지 않은가.이제 우리도 한국의 행어가 이곳저곳에서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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