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채종기씨 “내 잘못은 0.1%”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숭례문 방화사건 피의자 채종기씨가 15일 사건현장에서 열린 현장검증에서 일회용 라이터로 시너에 불을 붙이는 범행순간을 재연하고 있다. [사진=박종근 기자]

숭례문 방화사건의 피의자 채종기(70)씨에 대한 현장검증이 15일 오전 경찰의 삼엄한 감시 속에 실시됐다.

예상보다 이른 출근시간대에 현장검증이 시작된 때문인지 구경 나온 시민들은 30명도 채 안 됐다. 그러나 경찰은 전경 1개 중대 100여 명을 동원해 숭례문을 겹겹이 둘러싸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채씨는 오전 8시30분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을 나섰다.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인 그는 회색 모자와 흰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상태였다.

그는 취재진에게 “청와대에서는 (방화 지시와 관련해) 아무 말도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99% 잘못이 있다. 나는 0.1% 잘못했다. 내가 수없이 얘기했는데 한 번이라도 들어줬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7분 뒤 숭례문 화재 현장에 도착한 그는 “순간적인 감정으로 그런 일을 저질렀다. 나 하나 때문에 (숭례문이) 없어졌다”며 후회하는 듯이 말했다. 그러나 이내 “그래도 인명피해는 없었다. 문화재는 복원하면 된다”고 강변했다.

그는 누각에 올라가기 직전에는 “임금이 국민을 버리는데…, 약자를 배려하는 게 대통령 아니냐. 진정을 세 번이나 해도 안 됐다”며 재차 억울함을 호소했다.

검증은 2층 누각이 소실돼 1층에서 진행됐다. 채씨는 모형 시너 통을 누각 1층 바닥에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재연했다. 검증을 마친 채씨는 “문화재를 훼손해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경찰 차량에 올랐다. 검증은 20분 만에 끝났다. 채씨가 순순히 범행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글=강기헌·이현택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