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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블록의 노란색 비밀을 아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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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톡톡, 톡톡…. 길을 걷다보면 시각 장애인들이 하얀 막대기로 보도를 두드리는 광경을 간혹 볼 수 있다. 장애인의 복지 환경이 열악한 우리나라의 이 번잡한 대도시에서 대체 시각 장애인들의 길안내를 돕는 것은 무엇일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바로 길 위에 그 답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조금만 더 세심하게 길거리를 관찰해보자. 올록볼록 튀어나온 노란색의 보도블록들이 일정하게 깔린 것을 볼 수 있다. 단순히 길 위의 문양이 아닌 것이다. 이 노란색의 보도블록은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시각장애인 전용도로이다. 시각장애인들은 보통 흰 지팡이로 도로의 점자블록을 ‘톡톡’치면서 도로의 상황과 지형, 지물을 탐색한다.
지팡이를 두드리는 방법은 투 포인트 터치법(이점 촉탁법)이다. 이는 지팡이로 두 번 '톡톡' 내리치면서 거리의 진행방향을 탐색하고 지팡이를 길게 빼서 땅을 치면 안전을 확보하는 길이 길어져 더욱 더 안전하게 걸어갈 수 있다. 또한 시각장애인들은 발로도 보도의 감촉을 느끼며 걷기 때문에 점자블록은 상당히 중요한 기능을 한다. 시각장애인들 가운데 완전 맹인은 전체의 20%이다. 따라서 노란색 점자블록은 도로의 상황을 알리고 방향을 제시하며 장애인들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데 필요한 시설물이다.

(사진 1)
저를 소개합니다. 저의 이름은 점자 블록입니다. 저는 시각장애인들이 일상의 보행활동에서 직선보행, 방향전환, 목적지 발견 등, 정확한 보행위치와 보행방향을 안내하기 위해서 설치됐습니다. 저는 노란색, 회색, 시멘트 점자 블록 등 다양한 종류가 있어요. 보통 노란색이 장애인 친구들에게 제일 눈에 띄지요. 대다수 시각장애인 친구들은 시각이 0.04 미만으로 완전맹인이 아니라서 빛 정도는 인지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 저를 구분 할 수 있습니다.

(사진 2)
길에 나타난 점자 블록의 종류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앞으로 전진 하라는 뜻으로 나온 직진방향 점자 블록과 정지하라는 의미에 동그란 무늬가 새겨진 정지 블록입니다.
어때요? 이제 도로에 제가 보이나요?

(사진 3)
저는 시각장애인이 독립적으로 보행을 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설물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보도 환경이 매우 열악해 저는 불법 간판물, 간이 시설물과 노점상인들 그리고 규칙적이지 못한 거리 구조 등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어요. 비장애인들이 걷기에도 귀찮은 존재인데 하물며 장애인에겐 얼마나 불편하겠습니까?

(사진 4)
현재는 각장애인이 독립적으로 보도를 거닐 수 있게 도와주는 편의시설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시각장애인연합회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하여 연구하고 설치 매뉴얼 등을 발간하고 있지만, 정작 건설교통부 나 보건복지부 등에서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부 편의시설을 제대로 공부하지도 않은 교수진에게 우리나라의 편의시설에 대한 모든 것을 맡기고 있어 정작 장애인 당사자의 의견과 필요가 무시된 채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정책과 대안이 마련되고 있는 실정이지요.

(사진 5)
불량품인 저 친구들을 보세요. 마구잡이식으로 길에 만들어져 불량품이 한 두 개가 아닙니다. 점자 블록은 깨지고 닳아져 있으며 길은 끊어지고…. 시각 장애인들이 걷기에 참 힘들어 지겠죠? 이런 도로는 구두를 신고 있는 여자들에게도 힘든 길이지요. 장애인이 걷기 편하면 비장애인들은 더 편해집니다.

(사진 6)
더 무서운 존재는 보도블록 위에 올라와 있는 볼라드, 바로 돌기둥입니다. 서울시에서는 차 진입을 막는다고 세워놨지만 시각 장애인들에게는 얼마나 큰 걸림돌일까요?
지팡이로 두드리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휴~’ 생각만 해도 아찔해 집니다. 볼라드의 무분별한 설치로 인해 많은 장애인들이 부상을 당하고 오히려 보행에 어려움과 방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사진 7)
저의 올해 소망은 점자블럭이 유니버설 디자인(이하 UD)에 입각한 차별 없는 생활공간이 하루 빨리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UD란 장애인, 건강한 성인, 노인, 아이들 까지 누구나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디자인이다. UD는 미국에서 시작돼 현재는 선진 국가에서 많이 쓰인다. 예를 들어 우리가 거리에서 사용하는 길거리 자판기도 노인, 장애인들에게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객원기자 정유진 yjin78@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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