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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시장에 가격파괴 돌풍-남대문서 시작 종로.명동등 확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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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안경값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안경점이 몰려있는 서울 남대문시장을 중심으로 가격파괴,유통혁명의 바람이 불기 시작해 인근 명동.충무로.종로지역까지 확산되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남대문시장 서쪽지역에는 지난해부터 가격파괴를 선언한 안경점들이 몰려 점포수가 1백80여개를 넘어선 가운데 최근에는 국내최초의 안경도소매법인인 (주)남대문극장 2층에 국내최대인 80여평규모의 뉴월드 안경매장을 오픈했는데 이곳에서는 일반안경점들보다도 훨씬 시중가의 50%선에 안경을 판매하고 있다.
뉴월드안경에서는 시중에서 2만5천~3만원인 고급안경테가 1만~1만8천원에,1만8천~2만원인 플라스틱 고급 멀티렌즈가 1만원정도에 판매되고 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기존의 안경판매 형태로는 시장개방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어 결국 판매회사까지 세우게 됐다』며 『공장과의 직거래,박리다매형(薄利多賣型)영업으로 마진을 최소화하고있다』고 말했다.
업계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안경거래는 테나 렌즈를 만드는 제조업체로부터▲전국적인 규모의 대형 도매상이나▲지방의 대형도매상▲중간상인 등을 거쳐 일반 안경점까지 최소한 3~4단계이상을 거쳐 유통되는데 한단계를 거칠때마다 30~ 40%씩의 마진이 붙게 된다고 한다.
따라서 최종소비자가격은 공장출고가의 2~3배에 이른다.
특히 안경렌즈와 콘택트렌즈는 「의료용구(用具)」로 분류돼 있어 안경사(眼鏡士)의 시력측정및 렌즈가공.안경판매를 「의료행위」로 간주해야 한다며 그에 상응한 보수(報酬)를 요구함으로써 다른 공산품보다 높은 마진이 관례화돼 왔다.
그러던 것이 유통단계를 줄이고 도소매를 겸한 대규모 「가격파괴」안경점들의 등장으로 高마진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한편 남대문을 중심으로 안경값이 싸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고객들의 발길이 이곳에 몰리자 인근 명동.충무로.종로지역도 술렁이고 있다.
서울종로에 위치한 국제콘택트렌즈.국제안경의 오희남(吳喜男)안경사는 『남대문 안경점들의 영향으로 종로와 명동일대 안경점들이매출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고객들이 남대문을 들먹이며값을 깎아줄 것을 요구해 할 수 없이 할인해 파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또 남대문에서와 같은 대형점포가 이들 지역으로 확산될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미 남대문시장 맞은편 국제화제빌딩 부근에도 「가네트 안경플라자」가 개점준비를 서두르며 점포를 분양중이다.
안경업계의 한 관계자는 『남대문시장 일대의 안경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볼 수있다』며 『이에따라 안경 거래상들이영등포 등 서울 외곽지역으로 진출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말했다. 업계관계자들은 이같은 현상이 머지않아 전국 각지역,특히대도시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안경업계의 「가격파괴」경영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다. 먼저 안경사들의 모임인 대한안경사협회는 『이들 저가판매전략을 구사하는 안경점들이 유통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다수의 안경사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비판한다.
일부에서는 협회소속 안경사들과 「가격파괴」안경점들이 마찰을 빚기도 해 서울퇴계로에 지난 1월 문을 열었던 「세계로 안경타운」이 개점 며칠만에 문을 닫는 사건도 있었다.또 어떤 「가격파괴」店은 소송사태에까지 휘말릴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특히 일부 「가격파괴」안경점이 무자료거래를 일삼거나 해외로부터 안경테를 밀수입하고,대구지역에 위치한 영세 제조업체들을 시켜 수입품 복사본을 만들어내기도 하며,일부 불량제품을 섞어 판매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안경테 수입판매 대행사인 한오광학의 황창호(黃昌鎬)사장은 『10여개 해외브랜드 제품을 수입.판매하고 있는데 남대문시장에 밀수품.복제품이 돌아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이는 모든 수입상들의 공통된 애로점』이라고 전한다.
이런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안경시장의 가격파괴」는 피할 수없는 현실이란 견해가 압도적이다.
최근 공산품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가격파괴.유통혁명이 「한집에 한명꼴」,약 1천만명으로 추산되는 안경인구의 관심을 끌게 될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도 과거 이같은 과도기를 거친 것으로 안다』며 『가격파괴 현상이 지방으로까지 확산되고 나면 안경시장이 고급품시장과 저가품시장으로 양분되는 현상으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李京宣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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