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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약 복용해도 혈압 떨어지지 않는다고요? 두 종류 이상 함께 복용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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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병’인 고혈압을 극복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걸러내야 할 3대 훼방꾼이 있다.

 첫째, 자신이 고혈압 환자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예상 외로 많다. ‘침묵의 살인자’인 고혈압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탓이다. 이들은 정기적인 혈압 측정마저 귀찮아 한다. 둘째, 고혈압 진단을 받은 뒤에도 의사·약사의 지시에 잘 따르지 않는다. 이들은 약 복용을 꺼리거나 약 복용시간을 지키지 않는다. 심지어 임의로 약을 끊기도 한다. 의사와 상의 없이 약을 중단하는 것은 자신의 생명을 건 도박이다. 셋째, 고혈압 약을 복용해도 혈압이 기대만큼 떨어지지 않는 환자가 수두룩하다.

 혈압이 높은 사람들이 각별히 조심해야 할 겨울이다. 세계적인 고혈압 전문가 독일 본대학의 라이너 뒤싱 교수와 신촌세브란스 심장내과 정남식 교수가 올바른 혈압 관리를 위한 최신 약물요법을 소개했다.

 

◆약을 복용해도 혈압이 떨어지지 않는다=독일의 전체 성인 중 30%가 고혈압 환자인데, 이들 중 20∼25%만 자신의 혈압을 목표 혈압(최고 혈압 140, 최저 혈압 90㎜/Hg 이하) 아래로 떨어뜨리는 데 성공한다. 고혈압 환자에게 한 종류의 약 처방만을 고집하고 있는 탓이다.

 고혈압 약은 크게 이뇨제·베타 차단제·앤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ACE 차단제·칼슘 채널 차단제(CCB) 등 다섯 종류가 있다.

 이 중 한 종류로 만족할 만한 효과를 얻지 못한 환자는 두 종류 이상의 약을 함께 복용해야 한다. 올해 유럽심장학회(ECS)와 유럽순환기학회(EHS)도 같은 내용의 처방지침을 권장했다. 보통 1단계 고혈압인 경우 한 가지 약으로 시작하고, 목표 혈압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두 번째 약을 추가한다. 여기엔 나이, 심장병 유무, 울혈성 심부전, 신장 질환 등이 참고된다.

 ECS와 EHS는 또 함께 복용하면 혈압강하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는 고혈압 약 조합 6가지를 발표했다. 이뇨제와 베타 차단제, 이뇨제와 ARB, 이뇨제와 ACE 차단제, CCB와 베타 차단제, CCB와 ARB, CCB와 ACE 차단제 등이 그것이다.

 

◆복용량 늘린다고 혈압 떨어지지 않는다=약을 먹었는데도 혈압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고 해당 약의 복용량을 계속 올리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다. 한 가지 약의 용량을 2∼3배 늘린다고 해서 혈압이 2∼3배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작용만 2∼3배 심해질 수 있다. 한 종류의 고혈압 약 용량을 1에서 2로 늘리는 것보다 두 종류의 약을 함께(1+1) 먹는 것이 약효는 높이고 부작용은 낮추는 방법이다.

 그러나 환자가 임의로 고혈압 약 짝짓기를 하는 것은 곤란하다. 담당 의사가 환자의 기존 질환, 약에 대한 부작용, 약들 간의 상호 작용 등을 고려해 처방해준 약을 함께 먹어야 안전하다. 또 당뇨병·심근경색·협심증이 있으면 그 사실을 반드시 의사에게 사전에 알려야 한다.

 ◆임으로 약 복용 끊으면 위험=환자가 의사의 처방대로(복용 시간·용량 등) 약을 복용하지 않는 것, 즉 환자의 순응도가 떨어지는 것은 한국과 독일이 비슷하다. 환자의 순응도가 낮은 것이 고혈압 환자가 혈압 조절에 실패하는 주된 원인 중 하나다. 순응도를 높이려면 반복적인 환자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순응도와 관련해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의사와 상의 없이 환자가 스스로 약 복용을 중단하는 것이다. 영국에서 10만9000명의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중 20%가 6개월 내에 임의로 약을 끊었다. 3년 후엔 이 비율이 50%로 늘었다. 실제 고혈압 약 복용을 임의로 끊은 뒤 심장병·뇌졸중으로 숨진 사람이 적지 않다. 한동안 증상이 없으면 자신의 고혈압이 완치됐다고 잘못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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