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악천후 속에서 안타 때리기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5호 28면

ELS의 귀환

피델리티의 전설적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는 ‘10루타(ten bagger) 종목’을 강조했다. 그는 통도 크게 1루타를 100% 수익률로 규정했다. 말하자면 1000% 수익률 주식을 찾으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린치는 ‘마젤란 펀드’를 굴려 2700% 수익을 거뒀다. 하지만 그건 13년 세월의 열매였다. 그는 늘 “연 15%의 수익률을 우습게 보지 말라”고 강조했다. 사실 1억원을 연 15% 복리로 20년간 굴리면 16억3700만원이라는 거금이 된다.

요즘처럼 주가가 박스권에 갇혀 있고, 수익률 눈높이를 낮출 각오가 됐다면 투자 보따리의 한 모퉁이를 주가연계증권(ELS)으로 채울 만하다. 시장 분위기를 탔는지 지난해 불꽃장세에 가렸던 ELS 신상품 출시도 잇따른다. ELS는 자산 대부분을 채권에 투자해 원금을 보존하고 나머지를 주식·옵션 등에 투자한다.

파생상품이라 구조가 어렵다며 고개를 젓는 투자자가 많지만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요즘 ELS의 대세는 ‘스텝다운형’이다. 쉽게 말해 ‘A종목의 주가를 ○○개월마다 중간평가를 해서 ○○% 넘게 떨어지지 않으면 ○○%의 수익을 돌려주는’ 구조다.

수익의 기준이 되는 주가하락 수준을 중간평가 때마다 단계적으로 낮춰 스텝다운형이란 이름이 붙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수익을 낼 기회가 커지는 셈이다. <그래픽 참조>
선두주자는 ELS 취급 5년째인 우리투자증권인데 매주 신상품을 팔고 있다. 지난주 판매한 ‘ELS 1581호’는 삼성전자·SK텔레콤이 투자대상이다. 만기 3년 동안 총 6번의 수익률 확정 기회가 있는데 예컨대 가입 1년째라면 두 종목의 주가가 15%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연 15%의 수익금을 준다.

피닉스자산운용의 김석중 사장은 “2주 전부터 고객들이 ELS에 좋은 반응을 보인다”며 “정기예금 매력이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원금보전 성향이 강하면서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게 인기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피닉스운용은 최근 LG전자·삼성물산에 투자하고 연 22% 수익이 가능한 스텝다운형 ‘투 스타’ ELS를 만들었다.

미래에셋은 ELS의 투자대상을 더 쪼개서 위험을 나눈 파생결합증권(DLS)을 팔고 있다. 주가지수·주식뿐 아니라 원자재·인프라·금리·환율 등을 묶어서 투자한다. 지역도 한국·중국·동유럽·브릭스 등으로 고루 포진해 있다. 만기인 1년간 네 번씩 가격변동을 평가, 그 평균치를 구해 수익률을 확정한다. 미래에셋 장외파생본부 김성하 부장(금융공학 박사)은 “미국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의 여파로 각국 주가가 단기간에 급격한 조정을 받아도 분기별 가격을 평균하기 때문에 만기 때는 후폭풍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기대수익률은 연 12%가량이다. 특히 DLS는 내년에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날씨·에너지 같은 다양한 자산으로 발을 넓힐 수 있다.
 
컴퓨터 타법

주가는 늘 위아래로 움직인다. 이런 ‘변동성’이 돈을 잃게 만든다. 역발상으로 변동성의 허를 찔러 돈을 번다면 어떨까. ‘시스템 펀드’가 그런 상품이다. 목표수익률은 10% 정도로 ELS보다는 낮지만 은행 예금보다는 높다.

먼저 하나UBS운용이 내놓은 ‘뉴오토 시스템 펀드’를 보자. 처음엔 일정 비율의 주식을 산다. 주가가 오르면 수차례 나눠서 판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분할 매수한다. 일꾼은 컴퓨터다. 미리 입력한 프로그램에 따라 주가가 어느 수준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거래를 한다. 하나대투증권의 문경식 상품개발팀장은 “만기 때 주가가 가입 때보다 크게 오르지 않고 비슷하더라도, 주가가 등락을 거듭하면 ‘저가 매수-고가 매도’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목표수익률은 10% 안팎이다.

요즘 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 팀장들이 부자들에게 권하는 으뜸 전략의 하나는 ‘분할 매수’다. 중앙SUNDAY가 얼마 전 부자 1만 명을 간접 조사한 결과다. 주가가 하반기로 갈수록 오를 것 같기는 한데, 지금 한번에 뭉칫돈을 넣기는 찜찜하다는 부자가 많다. 대우증권이 지난해 말 선보인 ‘마스터랩 Ten-Ten’은 이런 점에 착안했다. 투자자가 돈을 내면 매일 10%씩 주식을 사고 목표수익률(10%)에 이르면 현금으로 자동 전환하는 구조다. 투자대상은 한국과 홍콩의 주가지수를 주식처럼 거래하게 만든 상장지수펀드(ETF)다.
 
카멜레온 상품

주가 불안으로 그동안 푸대접받았던 채권형 펀드로도 조금씩 돈이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주식형펀드로 한껏 높아진 투자자들의 입맛을 채우기엔 아직 역부족이다. 이럴 땐 좀 더 세련된 옷으로 갈아입은 채권형 상품을 눈여겨볼 만하다.

한화증권이 판매하는 ‘아시아 전환사채(CB) 채권혼합펀드’가 그렇다. CB의 장점을 십분 살려 증시가 맥을 못 추면 채권으로 갖고 있고, 증시가 살아나면 주식으로 전환해 높은 수익을 꾀하는 카멜레온형이다. LG필립스LCD(한국)·스즈키 모터(일본)·릴라
이언스 커뮤니케이션(인도) 등에 주로 투자한다. 지난해 연 수익률은 16%가량이었다.

금융공학펀드도 기존 상품에 색깔을 덧칠한 좋은 무기다. 예컨대 푸르덴셜증권이 파는 ‘변동성 알파파생 펀드’는 주가가 떨어지면 더 사고, 오르면 이익을 실현한다.

여기까진 주식에 투자하는 시스템 펀드와 비슷하다. 그러나 동시에 주가지수 선물에도 투자해 위험을 줄인다. 최근 1개월 수익률은 연 5.7% 정도로 낮은 편이지만 안정성을 따지는 기관투자가들로부터 4500억원을 끌어올 만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삼진아웃 피하려면

이런 상품들은 조정장의 방패막이를 자처한다. 광고에 ‘원금보장’이니 ‘안정적 수익’ 같은 문구를 써넣는 이유다. 그러나 최소한 시장의 앞날에 대한 ‘감(感)’은 잡고 뛰어들어야 낭패를 안 본다.

ELS가 좋은 예다. 미리 약속한 범위보다 주가가 더 떨어지면 원금을 갉아먹는다. 우리투자증권의 ‘ELS 1581호’도 삼성전자·SK텔레콤의 주가가 어느 하나라도 가입 때보다 40% 넘게 떨어지면 원금을 손해 볼 가능성이 생긴다.

지난해엔 고객들의 항의 사태도 빗발쳤다. 여름을 경계선으로 주가가 급등락하자 삼성SDI·기아차 등을 투자대상으로 삼은 ELS의 손실 가능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 하철규 차장은 “ELS가 어떤 종목에 투자하는지부터 잘 따져야 한다. 변동성이 큰 종목에 투자하는 상품도 적지 않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또 ELS는 세금을 물지 않는 국내 주식형펀드와 달리 배당소득세(15.4%)를 내야 하고, 금융소득 종합과세 적용 상품이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6개월마다 돌아오는 조기상환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몇 년씩 자금이 묶일 위험도 따르는 만큼 급한 돈은 넣지 않는 게 좋다.

시스템 펀드도 마찬가지다. 고꾸라지던 증시가 장기상승 추세로 돌아선다면 돈 벌 기회를 놓치게 된다. 거꾸로 주가가 떨어질 때 주식을 더 사지만 하락국면이 길어지면 손실폭이 커진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