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 프로야구 ③ - 끝 개혁해야 할 KBO

중앙일보

입력 2008.01.16 05:03

업데이트 2008.01.16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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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프로야구선수협회는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 선수들과 고통 분담을 위해 10억원을 모금키로 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도중 현대 주장 이숭용이 눈물을 닦고 있다. [뉴시스]
 #사례1=“처음엔 미국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에서 한국 선수의 인터뷰를 대가 없이 제공했습니다. 해가 바뀌면서 경기 중계 화면 이외의 서비스엔 추가로 돈 내라고 하더군요. 중계권료 협상도 막판까지 늦춰 국내 방송사 간 경쟁을 유도했습니다. 판을 키운 뒤 돈을 챙겨 가는 MLB의 철저한 비즈니스 마인드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메이저리그와 중계권 협상을 벌인 국내 모 방송사 관계자의 말이다.

 #사례2=지난해 1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농협의 현대 야구단 인수협상은 농림부와 농민단체의 반대로 무산됐다. 당시 협상 과정을 지켜본 한 야구인은 “정부 부처의 반대조차 예상하지 못하고 창단 발표부터 한 KBO의 일 처리가 한심했다”며 “KBO 신상우 총재가 농협 정대근 회장과의 개인적 친분을 믿고 밀어붙인 것부터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접근 방식과 문제 해결에서 한·미 양국의 프로야구 운영기구는 다르다. MLB가 시장경제 논리로 무장해 돈벌이에 나선다면 KBO는 구단의 가치 분석이나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지연·학연 등 연고주의에 기댔다.

 현대 사태를 계기로 KBO도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는 요구가 야구계 안팎에 거세다. 다양한 미디어와 문화 현상이 출현하는 시대에 KBO가 안정된 스포츠 콘텐트를 제공하는 고부가치산업의 첨병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CEO 한 명이 시장을 바꾼다”=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대표적인 CEO형 커미셔너로 피터 위버로스가 꼽힌다. 과거 올림픽은 적자 투성이였으나 그가 조직위원장으로 일한 1984년 LA올림픽은 사상 처음 2억 달러 흑자를 냈다. 그 활약을 인정받아 위버로스는 올림픽 직후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에 올랐고 89년까지 자리를 지켰다. 항공사 부회장 출신인 위버로스는 대형 프랜차이즈 위주로 운영되던 MLB 구조를 중소 구단에 수익을 분배하는 방식으로 바꿨고, 지역 방송 중계권의 가치를 키웠다. 취임 당시 26개 구단 중 21개가 적자였고, 심판·선수의 파업으로 위기였으나 재임 후반부인 87년 메이저리그는 14년 만에 2000만 달러 이상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듬해엔 모든 구단이 흑자로 돌아설 정도로 큰 성공을 일궈냈다. 한 명의 CEO가 야구를 단순한 스포츠 이상의 산업으로 성공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한국은 정치인이 낙하산 식으로 KBO 총재에 임명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Xports 송재우 해설위원은 “냉엄한 경영평가가 이뤄지는 미국 프로스포츠에서 정치권 인사가 기용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10년 뒤 비전 제시하라=구단 관계자들은 “당장 5년 뒤, 10년 뒤 야구판에서 구단들이 무엇을 얻을지 비전을 제시하라”고 입을 모은다. 야오밍의 발굴 등으로 중국시장에서 성공한 NBA처럼 해외시장 개척이나 해외 리그와의 교류 등 개별 구단 차원에서 할 수 없는 신(新)사업을 찾아 달라는 요구다. 대신 미국·일본과 달리 KBO가 독점한 방송 중계권료와 타이틀 스폰서료는 구단의 이익으로 돌려 달라는 것이다.

 스포츠 마케팅 회사 ‘스포티즌’ 심찬구 대표는 “야구라는 콘텐트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그러나 기존의 틀에 얽매여선 산업으로서 가치를 지켜낼 수 없다”고 말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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