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아시아 개도국 인플레율 왜곡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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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1년간의 호주(濠洲)생활을 마치고 지난해말 말레이시아로 돌아온 영어교사 메리 리는 요즘 몹시 당혹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짧은 기간중 물가가 너무 뛰었기 때문이다.
시내 중심의 쇼핑타운을 돌아본 그녀는 『옷가지.음식 가릴 것없이 모든게 너무 비싸졌다.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한다.
그녀의 한 친구도 『1년전과 비교해 장바구니 물가가 40%는뛴 것 같다』며 『정부에서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4%이내로 잡혔다고 발표한 것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맞장구쳤다.
이 지역의 많은 경제학자들도 마찬가지 견해를 보이고 있다.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많은 아시아 신흥개도국들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실제보다 턱없이 낮게 산출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율의 왜곡은 결국 한 나라의 경제에해악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우선 정부는 엉뚱한 수치만을 내세우며 경기과열을 적절히 차단할 정책적 노력을 게을리하게 된다.
경기과열과 실질 인플레의 앙등은 국제경쟁력 저하로 직결 된다.
외국인 투자가들도 골탕을 먹게 된다.현실과 동떨어진 수치를 보고 경제가 안정된 것으로 판단해 주식을 사거나 공장을 세웠다가는 낭패보기 십상이다.외국인들이 불신감을 안고 등을 돌리게 되는 상황은 경제발전에 결코 도움이 안된다.
아시아 개도국들의 인플레율이 왜곡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물가지수의 산출방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아시아 각국의 물가지수 산출방식은 5~10년 걸려야 겨우 한차례씩 조정된다.결국 물가지수는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국민들의 소비 패턴 변화를 반영하는데서 항상 뒤처지게 된다.국민들의 소비대상에서 이미 멀어진 상품가격이 물가지수에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정치적 판단도 개입되고 있다.각국 정부는 어느 경제통계보다도 물가지수에 민감하다.물가상승은 곧 저소득층의 불만을 초래해 사회불안의 불씨가 되기 때문이다.각국 정부가 물가지수 산출방식의 조정을 게을리하는 것도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물가지수산출에 쓰이는 상품바스켓의 40%는쌀.식용유.비료.연료등 정부의 가격통제를 받고 있는 품목들로 채워져 있다.최근 물가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주택가격.임대료등은품목에서 빠져 있다.
하지만 각국 정부는 사실상 물가지수가 조작되고 있다는 지적에대해 여전히 「허튼 소리」라고 일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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