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위기를 버디로 ‘지남철 벙커샷’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탱크는 벙커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벙커 돌파를 즐긴다.

 최경주(나이키골프)가 11일(한국시간) 하와이의 와이알레이 골프장(파 70)에서 벌어진 미국 PGA 투어 소니오픈 첫날 특유의 마술 같은 벙커샷으로 단독선두에 나섰다. 최경주는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잡아 6언더파 64타를 기록, 히스 슬로컴(미국) 등 5언더파 2위 그룹에 한 타 차 선두다.

 최경주는 ‘벙커샷으로 먹고 산다’고 할 정도로 벙커샷에 일가견이 있다. 지난해 샌드세이브율(벙커에 빠졌을 때 파나 파보다 좋은 스코어를 얻은 확률)이 58.4%로 10위였다. 고향인 전남 완도의 명사십리 바닷가 백사장에서 웨지가 닳도록 벙커샷을 단련했다는 최경주다.

 그는 “벙커샷에 자신있기 때문에 그린 주변 러프가 깊으면 일부러 벙커로 쏜다”고 말할 정도로 벙커샷 귀재다.

 지난해 6월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도 16번과 18번 홀에서 만만치 않은 벙커샷을 핀에 붙여 우승했다. AT&T 내셔널에서는 17번 홀에서 벙커샷을 그대로 홀인시켜 우승을 낚아챘다.

 이날도 벙커샷이 완벽했다. 446야드 파 4인 12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이 오른쪽 벙커에 빠졌는데 이것을 핀 1.5m에 붙여 파를 잡았다. 공이 핀에 지남철처럼 딱 붙었다. 13번 홀에서는 티샷이 페어웨이 벙커에 빠졌으나 역시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벙커샷 백미는 파 5인 18번 홀이었다.

 2온을 노리고 친 세컨드샷이 그린 왼쪽을 지키는 벙커에 잠겼다. 핀과 약 20m 정도로 꽤 먼 샷이었으나 자로 잰 듯 거리를 정확히 맞췄다. 방향이 약간 왼쪽으로 1.5m 정도 떨어졌을 뿐이다. 최경주는 이 홀에서 버디를 잡아 단독선두로 1라운드를 끝냈다.

 최경주는 이날 샌드세이브율 100%로 부문 1위였다. 그래서인지 PGA 투어 홈페이지 메인 화면엔 ‘탱크’ 최경주가 그의 가장 좋은 무기인 샌드웨지를 들고 있는 사진이 떴다.

또 퍼트 수 25개로 공동 3위에 올라 그린에서도 뛰어났다. 개막전 메르세데스 벤츠 챔피언십에서 하위권에 머물렀던 최경주는 두 번째 대회에서 시즌 첫 승을 바라보게 됐다.

 나상욱은 3언더파 67타로 공동 14위, 양용은(테일러메이드)은 1언더파 공동 52위, 재미교포 박진(30)은 이븐파 공동 74위다.

성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