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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연의패션리포트] 2008 패션 키워드 1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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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07~2008년 가을·겨울 루이뷔통 패션쇼에 선 한국인 모델 혜박.(사진(左))살바토레 페라가모가 올해 봄·여름용 패션쇼에서 선보인 와이드 팬츠. 지난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렸다.

올해는 어떤 스타일이 유행할까. 패션계의 관심사는 무엇인가. 10개의 키워드로 2008년 패션계의 흐름을 짐작해본다.

1 핸드백 불패?

 패션 산업의 가장 든든한 펀드. 핸드백을 빗대어 할 수 있는 말이다. 세계 패션산업에서 핸드백 판매는 지난 5년간 146%나 늘었다. 옷에 비해 효율과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백은 최근 패션계에서 효자 브랜드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히트 백’ 하나를 만들면 몇 개 시즌의 매출은 보장 받은 거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이런 흐름에 브레이크가 걸릴 수도 있겠다. 유명 브랜드들이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백 대신 시계나 주얼리 쪽의 아이템으로 ‘총알’을 바꾸어 장전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2 스키니 가고 와이드 온다

 한 두 해 전 톱 모델 케이트 모스가 온몸에 착 달라붙는 일명 ‘스키니 진’을 입고 나타났다. 대중은(특히 보수적인 한국 소비자들은 더욱) 경악했다. 일반인들은 도저히 못 입을 것이라 생각하던 스키니의 바람은 뜨거웠다. 와이드 팬츠는 배꼽 위로 올라오는 하이웨이스트 라인에 발목으로 갈수록 넓어지는 1970년대 히피 스타일이다. 처음에는 어색하겠지만 앞으로 스키니 팬츠의 열풍만큼 강력하게 세계 패션을 강타할 듯하다.

3 런웨이 위의 동양

 지난해에는 두리 정이나 리처드 채 같은 한국계 디자이너 외에도 데릭 램, 필립 림, 타쿤 등 아시아계 디자이너들의 성장이 눈부셨다. ‘코카시안일 것, 아니면 유대인일 것, 그도 아니면 게이일 것’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동양인에게 배타적이던 패션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는 것이다.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시장 때문일 거라는 평가를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다. 어쨌거나 재능 있는 아시아계 패션 디자이너들 외에도 패션모델들에게까지 동양인에 대한 대접은 날이 갈수록 달라지고 있다. 한국 출신인 혜박·한혜진·송경아·김다울·김원경과 중국 출신 두쥐안·저우쉰·동지 등은 이미 파리와 뉴욕의 패션쇼를 누비는 간판 모델이다.

4 에코 프렌들리 패션

 중앙일보 1일자 경제면 소식에 의하면 해외 기업들이 좇는 차세대 사업의 첫 번째는 환경, 에너지 분야란다. 이미 선진국 소비자들의 초점은 산업의 영역을 불문하고 ‘환경 문제’에 맞춰져 있는 셈. 지난해 세계적으로 히트를 한 백 디자이너 안야 힌드마치의 ‘아임 낫 어 플라스틱 백(I’m not a plastic bag)’만 봐도 기업들은(혹은 패션 브랜드들도) 지구를 위해서도 혹은 이윤을 위해서도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5 스트라이프 대신 도트 문양

 2007년이 줄무늬 문양의 해였다면 2008년은 동그라미(도트) 무늬의 해가 될 것이다. 아티스트 야요이 쿠사마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낭만적 도트 무늬가 이번 봄 시즌에 더욱 두드러질 것 같다.

6 중저가 브랜드들의 ‘언니’브랜드

 지금까지는 고가의 소수 소비자를 목표로 하는 브랜드를 선보이고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게 되면 그보다는 좀 더 가격이 저렴하고 물량이 큰 대중적인 브랜드를 ‘동생’ 브랜드로 내놓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최근 유럽의 거대 패션 체인인 H&M은 COS, ZARA는 마시모 두티(Massimo Dutti)라는 이름의 ‘언니’격 브랜드를 공개했다. 기존의 브랜드보다 베이식하면서도 더 고급스럽다. 약간 더 높은 가격대를 유지함으로써 메가 브랜드의 세분화 및 고급화를 유도하려는 전략이다.

7 보헤미안 리바이벌

 2008년을 정의하는 가장 큰 흐름을 한 가지만 얘기하라면 바로 이것이다. 보헤미안 스타일. 1970년대를 기억하는 소비자들이라면 ‘보헤미안’의 의미를 알 것이다. ‘히피’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이 단어는 스타일적인 측면으로는 간단히 동양적인 무드와 청바지를 비롯한 젊은이들의 스타일이 주를 이룬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는 ‘레이디 룩’의 반대말이라고 할까. 이제 숨 막히게 단정한 룩보다는 젊은이답게 헝클어진(?) 스타일이 멋스러워 보일 때가 왔다.

8 블랙 대신 컬러

 미국판 『보그』의 전설적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그레이스 코딩턴(66)이 지난 뉴욕 컬렉션에서 초록빛이 도는 푸른 원피스를 입고 나타났다. 그것이 무슨 ‘대수냐’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패션계에서는 이것조차 큰 화제가 되었다. “이제 블랙은 지겨워지네요”라고 간단히 말한 그녀처럼 패션계는 올해 가장 패셔너블한 색이라는 블랙 대신 부드러운 파스텔 톤이나 강렬한 네온 컬러를 들고 나오고 있다. 올해 옷장의 업데이트 방향은 보다 화사한 컬러다.

9 아트는 패션, 패션은 아트

 요즘만큼 패션과 아트가 밀월을 즐기는 때도 없었던 것 같다. 끊임없이 패션은 아트를 끌어들이고 아트는 패션을 향해 곁눈질해 왔으나, 루이뷔통의 마크 제이컵스가 무라카미 다카시와 만들어낸 ‘무라카미 백’ 신화로 인해 이제 아트 없는 패션은 생각할 수 없게 돼버렸다. 올 봄에는 더더욱 잭슨 폴락의 ‘액션 페인팅’이나 리처드 프린스의 ‘Joke’ 같은 현대 미술이 곧 패션을 뜻함을 알게 될 것이다.

10 대세는‘스타일’

 국내 광고를 20분만 들여다봐도 알 수 있다. 자동차·신용카드·노트북·프린터…. 광고마다 화두는 온통 스타일과 패션이다. 굳이 천으로 만든 그 무엇이 아니어도 우리의 삶은 날이 갈수록 스타일과 패션으로 가득 찰 듯하다.  

강주연 패션잡지 엘르 부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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