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여행 江村

「호반의 도시」 춘천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자리한 강촌(강원도춘천시남산면강촌리)은 봉화산 어깨에 걸쳐있는 구곡폭포를 끼고 있어 일년 사시사철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강촌은 80년대 중반까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그뒤 대학생들의 MT(야외훈련)장소로 각광받아왔다.10년전 여름 홍수로 강촌의 명물이었던 출렁다리(강촌교)도 철거됐고 밭과 몇개의 식당,그리고 민박이 전부였던 마을도 이제는 옛모습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변했다.옛 추억을 그리워하는 중년들이라면 젊은시절 낭만과 청춘의 명소였던 강촌을 한번쯤 찾아가 보는 것도 좋을 듯.
서울서 시원스럽게 뚫린 경춘가도를 타고 1시간30분정도(약62㎞) 달리면 시정(詩情)넘치는 강촌을 만나게 된다.
강촌검문소에서 다리 저편으로 바라다보이는 강변 벼랑끝에 걸쳐있는 건물이 강촌역이다.겉으로 보기에 다소 어수선해 보이지만 역사(驛舍) 바로 밑에 카페 「Will」이 있다.나선형 계단을따라 내려설라치면 수십m 발아래로 강변이 내려다보 여 가슴부터두근거린다.
실내에 들어서면 아늑한 분위기에 생음악을 연주하는 무대가 있고 창밖으로는 북한강이 유유히 흐르는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강릉 경포대에 있는 카페 「Will」의 분점인 이곳은 주로 기차를 기다리면서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는 사람들로 붐빈다.
철길을 건너면 바로 강촌마을이다.
마을의 상가는 신작로를 따라 오른쪽에 형성돼 있다.이곳에는 매운탕과 칡국수등을 파는 별미집과 민박집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군데군데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카페가 늘어서 있다.
마을 첫번째 집인 「북청물장수」와 「강촌식당」은 떡잡채.꿩만두.김치만두.해물칡전.낙곱전골등을 저렴한 가격에 맛깔스럽게 선보이고 있다.
마을 한가운데 언덕에는 낙원산장을 겸한 카페 「헤븐」이 있다.영국가수 레드 제플린(Led Zeplin)의 노래 『스테어웨이 투 헤븐』(Stairway To Heaven)에서 이름을 딴 곳으로 주인 홍영주(洪永周.41)씨는 이곳을 「낙원(樂園)」이라고 부른다.
60개의 계단을 밟고 올라가야 하기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의 표정만 봐도 건강을 쉽게 체크할 수 있다고 洪씨는 말한다. 「헤븐」에 들어서면 실내분위기는 인공적으로 꾸미지 않아 다소 어설퍼 보이지만 벽난로에서 타는 장작불과 함께 자연스러우면서도 포근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곳이다.자그마한 생음악 무대도 한쪽 구석에 있다.멀리 철길너머로 황량한 겨울 들판 과 북한강,그리고 강촌역이 바라다 보여 조망이 좋다.손님에게 내주는 치코리차 한 잔이 추위를 녹여준다.
시골다방을 연상시켜 주는 「추억휴게실」에서는 노래방시설을 이용해 무료로 노래를 부를 수 있다.민속주점인 「양산박」은 나무로 만든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면 옛 주막을 연상시켜 주는듯 5~6평 남짓한 공간을 나무와 짚으로 치장했으며, 이 집에서 파는 동동주(양산박주.작은 호리병 5천원)는 직접 주조해 맛깔스러움을 더해 준다.
강촌마을의 매운탕집으로는 규모도 크고 단골이 많기로 유명한 「느티나무집」이 손꼽힌다.4년전 개업한 「느티나무집」은 「메기」 「빠가사리」,그리고 「잡고기」매운탕을 만든다.매운탕의 맛을결정적으로 좌우하는 고추장 담그는 비법을 갖고 있다는 것이 이집 주인 정재욱(鄭載旭.34)씨의 자랑이다.특히 이집은 민물고기회를 차갑게 얼린 검은 대리석 돌판에 올려서 내놓기 때문에 싱싱한 맛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값은 매운탕이 1만5천원부터고 빙어회 1만원,빙어튀김 8천원이 다.
강촌마을 도로 끝부분에 위치한 「하얀집」은 2층건물로 외벽이하얀색으로 꾸며져 백사장에 지었다면 더 어울릴 아름다운 카페다.아기자기한 실내는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자전거 대여점도 여러 곳이 있는데 봄철이면 자전거를 빌려 타고 구곡폭포까지 하이킹을 즐겨도 좋다(시간당 1천5백원).카페「하얀 집」이 있는 삼거리에서 오른편으로 길을 틀어 약2.5㎞의 한적한 길을 달리다 보면 구곡폭포 입구에 닿 는다.숲과 계곡을 이어놓은 길을 따라 오르면 40m높이의 폭포가 앞을 가로막는다.겨울이면 하늘 향한 수직 빙벽에 달라붙어 빙벽을 오르는산악인들의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