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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교명변경 첨예 대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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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경상대와 경남대가 교명 변경 문제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경상대신문사가 개교 55주년을 맞아 '교명 변경 찬성'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만 해도 해프닝으로 끝날 것으로 예상됐으나 두 대학의 총학생회, 동창회 등이 가세하면서 쟁점으로 부각돼 자존심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경상대가 '경남국립대'로 변경해 줄 것을 교육인적자원부에 신청하자 경남대는 특허청에 교명 상표등록 신청으로 맞섰다.

*** 경상대

경상대 총동창회는 23일 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육인적자원부는 '경남국립대'로 교명 변경을 허가하라"고 촉구했다.

김천석 총동창회 고문은 "박정희 정권 때 정권 실세가 '경남'이라는 교명을 자신의 일가가 세운 사립재단에 가져 가 빚어진 일"이라며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시대적 과제"라고 주장했다.

강희근 교수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종합대와 복합대, 복합대와 단과대, 4년제 단과대와 전문대간의 명칭으로 인한 구별을 해제하고 총장.학장을 마음대로 부르게 해 놓았다"라며 "국립 거점대학의 교명만을 통제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남대측의 유사 교명 논란에 대해 경상대측은 서울대와 서울시립대, 인천대와 인천시립대가 지역명을 함께 사용해도 혼란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오하이오 주립대(Ohio State University)와 오하이오 대학(Ohio University)등 주립대와 사립대가 교명을 마음대로 사용하고 있고, 국내 10개 거점 국립대 중 9개 교가 시도 이름을 따르고 있어 경남대가 국립대로 오인돼 우월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 경남대

경남대 총학생회는 지난 13일 대학내 학생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유사 교명 변경은 교육 수요자에 혼란을 초래한다"며 "설립 주체를 교명에 넣으려는 것은 교명을 도용하려는 저의"라고 반박했다.

총동창회도 지난해 12월 10일 경상대총장 앞으로 보낸 공문에서 "33년의 전통을 가진 대학 이름을 문제로 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경남국립대로 사용될 경우 약칭인 '경남대'로 불리게 돼 혼선을 가져 온다"라고 주장했다.

총동창회는 지난 17일 교육인적자원부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경상대가 교명을 변경할 경우 도내 다른 국립대의 불만도 우려된다"라고 지적했다.

대학 관계자는 "경남대 교명은 경상대로부터 뺏은 것이 아니라 합법적이 인가를 받아 사용 중"이라며 "교명명칭과 관련 더 이상의 소모전으로 행정낭비를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경기대.울산대.인천대.대전대 등이 사립 대학이지만 지역 명칭을 사용하고 있지 않느냐"며 "따라서 경남대가 지역 이름을 교명에 쓰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 교명변경 절차=교육인적자원부는 1998년 제정된 '고등교육 기관의 교명 사용에 관한 지침'에 따라 교명을 변경해 주고 있다.

대학정책과 관계자는 "학교에서 명칭을 정하여 교육부에 변경신청을 하면 학교 명칭의 중복 여부와 적정성 등을 검토하여 변경 여부를 허가한다"라며 "교명에 국립 등 설립주체를 표기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라고 밝혔다.

따라서 경상대의 '경남국립대학'로 교명 변경은 이 지침에 저촉될 여지가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 기준이 제정되기 전에 설립된 서울시립대 등은 법적 안정성 및 신뢰 보호 차원에서 현행 교명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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