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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사고의 변방에서 중심지로 떠오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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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철학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제22차 세계철학대회(World Congress of Philosophy·WCP 2008)가 올해 서울에서 열린다. 국제철학연맹(회장 피터 캠프)과 한국철학회(회장 이삼열)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조직위원회(의장 이명현 서울대 교수)가 주관하는 행사다. 7월 30일부터 8월 5일까지 150여개국 3000여명의 철학자가 서울에 모여 21세기 지구촌의 현안과 미래를 토론한다. 서울 대회의 주제는 ‘오늘의 철학을 다시 생각한다(Rethinking Philosophy Today)’.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세계 최대 규모의 철학 이벤트가 아시아에서 열리기는 서울이 처음이다. 5년마다 각국을 돌며 열리는 행사의 1차 대회는 1900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고, 터키 이스탐불에서 행해진 21차 대회 총회에서 22차 개최지를 서울로 결정했다. 이때 차기 주최국을 놓고 한국과 경합을 벌인 나라는 그리스였다. 서양철학의 발상지인 그리스 보다 먼저 한국이 세계철학대회를 개최하는 셈이다.

국내적으로는 존폐의 위기가 거론되는 인문학 분야에서, 그것도 가장 덜 대중적이라는 철학을 주제로 이만한 규모의 행사가 열리는 것은 전례가 없다.

국내 철학계에선 이번 대회를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철학계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서양철학계에서 동양을 보는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최근 10여년 간의 일이다.

잇따른 가공할 전쟁과 지구촌 생태 위기를 경험하면서 그동안 세계를 움직여온 ‘생각의 힘’ 자체를 반성하기 시작했다. 세계의 표준이었던 서양 철학의 문이 조금씩 열리며, 동아시아의 유교·도교·불교 등에서 새로운 ‘생각의 힘’을 찾아보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그러나 10여년 전만해도 ‘동양에 철학이 있는가’라는 질문이 예사로 나왔다. 22회를 맞는 세계철학대회에서 유교·불교·도교 등 동아시아 철학이 독립된 분과로 대접받는 서울 대회의 의미는 그래서 더욱 뜻깊다. 우리의 전통철학을 현대적으로 재조명하는 별도의 분과 토론 모임이 세계철학대회 사상 처음으로 마련되는 것이다.

서양으로부터 철학을 받아들이기에 바빴던 우리가 동아시아의 목소리를 공식적으로 내는 첫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회를 준비해 온 철학자들은 ‘생각의 힘’을 대중과 공유하고 싶어한다. 지난해 11월 30일 ‘한국 철학(계) 발전을 위한 대토론회’라는 자리를 먼저 만들어 철학계의 자성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국철학회 소흥렬 전 회장은 “한국의 정치·사회·문화계의 많은 문제점들이 ‘철학의 빈곤’에서 비롯되고 있지만 철학계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철학계 전반의 반성을 촉구했다.

중앙일보가 신년 기획으로 준비한 ‘생각의 힘!’연속 인터뷰는 이같은 우리 철학계 도약의 움직임을 지지하는 코너다.

세계철학대회 한국조직위원회와 공동으로 기획했다. 우리 사회 전반이 ‘생각의 힘’을 키웠으면 하는 바람에서 마련한 자리이기도 하다. 7월 서울에 오는 세계 저명 철학자 7명의 생각을 미리 지면을 통해 차례로 선보인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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