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연초부터 무역보복 공방-WTO 첫해부터 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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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미국과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출범 첫해 연초부터 심각한무역분쟁에 휘말리고 있다.
미국이 지난달 12월 31일 중국이 컴퓨터소프트웨어와 음반등의 해적판 제작을 중지하지 않을 경우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자 중국도 1일 즉각 보복조치를 단행하겠다고 응수하고 나선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해 12월 중순까지 이어졌던 美-中통상협상이 결렬되면서 해를 넘기게 된데서 비롯됐다.
미국이 문제삼고 있는 부분은 이른 바 지적재산권(IPR)보호. 미국은 중국이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영화.음반.상표등의 불법복제를 통해 미국의 지적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美무역대표부(USTR)는 이미 중국産 수입품 가운데 연간 28억달러에 이르는 해적판 품목의 명단을 확보하고 있다고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와관련, 미키 캔터 USTR대표는 『중국이 그동안 미국의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아무런 조치를 취할 용의를 갖고 있지 않았다』고 지적,『미국기업들이 중국의 해적복사판 때문에 심각한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이같은 행동은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경한 어조로 비난했다.
이에대해 중국 대외무역합작부는 『미국이 해적판 근절을 위한 중국의 「끈질긴」노력을 무시해왔다』며 『미국이 무역제재를 취할경우 「무자비한」보복조치를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중국이 고려하고 있는 보복조치는 미국기업과 자회사의 對중국투자와 중국 현지에서의 합작승인을 잠정적으로 보류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美-中 무역분쟁이 상호보복조치라는 열전(熱戰)으로 본격화할 경우 양국의 경제적 손실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중국은 한창 경제개발에 급피치를 올리면서 선진국시장을 공략해들어가는 판에 최대의 시장인 미국과의 무역분쟁은 자칫 치명적인 결과를 빚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으로서도 떠오르는 시장인 중국을 선뜻 포기할 입장은 못된다.미국기업들이 다투어 투자를 늘리고 있는 마당에 만일 중국당국이 보복조치로 투자승인을 중단하게 되면 기회를 선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설전이 곧바로 보복조치라는 정면충돌로 치달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미국은 제재조치를 담은 슈퍼301조 적용시한을 일단 오는 2월4일로 늦춰잡았다.
그때까지는 타협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WTO라는 다자간 무역질서가 출범벽두부터 무역강국들간의 분쟁으로 얼룩지게된 상황이다.
지난해말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협상이 결렬되면서 WTO창설멤버로 가입하는데 실패했다.
중국으로서는 이제 미국과의 협상에서 크게 잃을 게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그러나 중국이 앞으로도 지금까지의 경제성장을 지속하려면 어떤 형태로든 다자간무역질서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미국도 중국과의 무역분쟁이 파국으로 치달을 경우 다자간 무역체제에 흠집을 남겼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결국 美-中의 무역분쟁 결말은 앞으로 양국의 다툼만이 아니라WTO체제의 정착에 시금석(試金石)이 될 전망이다.
〈金鍾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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