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일본의야망>中.엔 共營權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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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도쿄(東京)大 경제학부 도서관 4층.
이곳에는 군사집단의 환상에서 깨어난 「패전국」 일본이 관료집단의 비전에 이끌려 전후(戰後)부흥기를 거쳐 경제대국으로까지 성장해온 전후 경제사의 기록들이 고스란히 모여있다.
21세기를 5년 앞둔 지금 일본은 그 기록의 진수(眞髓)를 뽑아 「엔공영권(円共榮圈)」이라는 새로운 환상을 그리고 있다.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난 일본은 냉전구조 이후의 세계 파워게임이 「정치」에서 「정치경제」로,마침내는 「경제정치」로 옮겨가고 있음을 감지하고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새로운 환상은 전후 체제에서 비롯된 내부 모순의 정리와 아울러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한 일본 新시스템의 세계 보편화 내지는 세계 표준화로 요약될 수 있다.이는 달러(미국-팍스아메리카나)에 대한 엔(일본-팍스자포니카)의 새 로운 항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정치개편,관료집단에 대한 재평가,가격파괴 혁명등 일본의 정치.행정.경제에서 나타나고 있는 일련의 변혁은 내부 모순에대한 反작용인 동시에 세계를 향한 몸부림이다.
일본 경제의 전후 족적(足跡)은 일본의 과거.현재를 포함해 미래의 지향점이 어디 있는지를 가늠케한다.
55년 11월 민주당과 자유당이라는 양대 보수세력이 통합,자민당이 탄생하던 날 일본 경제도 정치만큼 명확하진 않지만 「55년 체제」로 들어갔다.
일본에 있어「경제 55년 체제」는 일본 경제학의 주류였던,칼마르크스가 말하는 하부구조(경제)와 상부구조(정치)의 결합과는달리 「政」「官」「財」의 트라이앵글 속에서 이어져왔다.「경제성장의 틀」인 동시에 「경제왜곡의 원흉」이란 평 가와 함께.
일본은 지금부터 30년전인 64년 10월1일 국가 위신을 건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나라의 기반(基盤)「인프라」인 신칸센(新幹線)1호가 새벽 공기를 가르며 오사카(大阪)를 향해 도쿄역을출발했다.
도쿄의 세계화,나아가 일본의 세계화를 내포한 「도쿄계획-1960」이 국가적 건축가인 단게 겐조(丹下健三.82)에 의해 나온 것이 60년이다.
이 계획은 세계를 향한 일본의 정보발신지로서 98년 개통을 앞두고 도쿄灣 부도심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국토지리원에 따르면 일본 국토의 무게 중심은 일본땅에있지 않고 동해쪽인 니가타(新潟)앞바다에 있다.
무게 중심이 없는 나라,일본은 안이 채워지자 다시 밖으로 나가려한다.
일본의 대외적인 경제파워는 해외자산 2조달러,하루 4억달러 가까운 무역흑자, 연간 1조1천61억달러(95년도 예산)에 달하는 對개도국 정부개발원조(ODA)등으로 상징된다.
세계 최대의 무역흑자국,세계 최대의 원조국에다 지난해 1인당국민총생산이 3만3천달러 이상으로 세계 최고소득국으로 올라 명실공히 경제 3大타이틀을 쥐었다.
일본의 「엔공영권」「아시아 공엔권(共円圈)」의 환상은 이같은힘을 바탕으로 아시아 경제권에서부터 인도를 거쳐 중앙아시아로,시베리아로,다시 미국의 앞마당인 바다 건너 중남미로 투영되고 있다. 美蘇 냉전에서 美中 냉전으로 돌아서고 있는 지금 일본은경제력으로 큰 틈새를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대장성 창고에 묻혀있던 전후 「엔-달러의 1대1거래(디노미네이션)」구상이 다시 들춰지고 있는가 하면 「완전한 엔 베이스의무역거래」「경제지표의 엔표시」등이 표면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도 같은 분위기다.
진주 미군 사령부(GHQ)가 있던 일본 왕궁 건너편의 다이이치(第一)생명빌딩,전후 체제를 간직하고 있는 일본 은행의 본관건물이 지금 일제히 수리를 끝내가고 있는 것도 내부 청산과 밖을 겨냥한 기반 정비의 확실한 상징일 것이다.
[東京=郭在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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