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 중앙문예 30년이 배출한 문단의 별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올해로 신춘중앙문예가 30회를 맞았다.66년 시.단편소설.희곡.동요.동시.시조.한시.문학평론.음악평론.미술평론등 10개 분야로 출발한 신춘중앙문예는 71년 한시,72년 동화.동요.음악평론.미술평론이 각각 폐지되고 5개분야로 오늘에 이르렀다.신춘문예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서만 시행하는 등단제도로,그동안 무용론이 제기되는등 부정적 견해도 적지 않았다.등단 자격시험과도 같은 신춘문예가 문학지망생들의 상상력을 획일화시켜 장기적인문학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춘문예는 아직까지 가장 확실한 등단코스로 각광받고 있다.문예지 추천이나 신인상 공모보다 훨씬 더 치열한 경쟁과 엄격한 절차를 거치기 때문이다.지금까지 신춘중앙문예를 통해 등단한 문인들은 2백여명 .이들중에는 문학과 결별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현재 문단의 중추로 활발한 작품활동을 벌이고 있다.
30돌을 맞아 신춘중앙문예 출신들중 두드러진 작가들의 활동상을정리하고 새해계획을 들어봤다.
[편집자註] 춘중앙문예 출신중 가장 극적으로 당선된 작가는 박범신(朴範信)씨다.朴씨가 응모한 73년 당시는 문화부 기자들이 소설 예심을 하던 시절이었는데 朴씨의 작품은 예선에서 탈락했다. 본심에 오른 작품들중에는 당선작으로 내세울만한 작품이 없었다.그래서 담당기자가 다시 쓰레기통에 버린 예심탈락 작품들을 재검토하면서 발견한 것이 朴씨의 등단작 『여름의 잔해』.
朴씨는 지금까지 『죽음보다 깊은 잠』『풀잎처럼 눕다』『황야』등 베스트셀러 10여권을 포함,40여권의 책을 낼 정도로 대중적 인기를 누려왔다.
박범신보다 3년 먼저 『매일 죽는 남자』로 등단한 조해일(趙海一)씨는 『겨울여자』의 히트로 전업작가시대를 예고한 인물.
등단이후 『통일절 소묘』『뿔』『아메리카』『임꺽정』연작,『무쇠탈』연작등을 발표하며 주요작가로 떠올랐던 趙씨는 75년 中央日報에 연재했던 『겨울여자』를 출간하면서 일약 인기작가의 대열에선다.그러나 80년 5共의 등장과 함께 소설쓰기 에 염증을 느껴 81년 경희대교수가 되면서부터 침묵으로 일관했다.그러다 91년 자선(自選)소설집『무쇠탈』과『반연애론』을 펴내면서 다시 소설을 쓰겠다고 선언했으나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지 못했다.
『그동안 구상중이던 장편이 하나 있는데 올해 집필에 들어갈까합니다.지금까지 쓴 글들은 연습이었다고 생각하고 새로운 기분으로 작업에 임할 작정입니다.』 趙씨가 15년 침묵을 깨고 내놓을 소설은 해방이후부터 90년대까지의 정치상황에서 개인의 정신이 어떻게 변화해 갔는지를 그리게 된다.
74년 단편『경외성서』로 등단한 송기원(宋基元)씨는 같은해 동아일보에 시『회복기의 노래』가 당선되면서 등단때부터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작가.주변의 기대만큼 이후의 활동도 화려했다.
79년『월행』을 낸 宋씨는 80년대 민중문학진영에서 창작으로독재와 맞서며 시집『그대 언 살이 터져 시가 빛날 때』,소설집『다시 월문리에서』를 내 명성을 얻었다.그러나 84년 단편 『처자식』을 끝으로 절필했다 지난해 10년만에 『 창작과 비평』에 자신의 삶을 반성하는 단편 『아름다운 얼굴』을 발표해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
68년『완구점 여인』으로 당선된 오정희(吳貞姬)씨는 올해 등단 27년만에 처음으로 장편소설을 출간할 계획이어서 자못 기대를 불러모으고 있다.吳씨는 1백장 안팎의 단편소설을 쓰는데 3백~4백장 분량의 초고를 만든뒤 첨삭을 거쳐 최종 적으로 컴퓨터에 입력하는 산고끝에 작품을 낳는 작가로 알려져왔다.『유년의뜰』『중국인 거리』『저녁의 게임』등이 이런 공정을 거쳐 나온 작품들로 문학지망생들이 교과서로 삼을 만큼 吳씨의 작품은 정제된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
년대에 등단한 작가들중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는 고원정(高元政).구효서(具孝書)씨로 30대 전업작가군중 선두에서 있다.85년『거인의 잠』으로 등단한 高씨는 중.단편집 『거인의 잠』(88년),『칼 한자루의 사상』(90년 )에 이어 『빙벽』(전9권.92년 완간),『최후의 계엄령』(전3권.91년),『대권』(92년),『사랑하는 나의 연사들』(93년)등을 줄줄이 내놓았다.
高씨는 현재 월평균 원고지 1천장을 쓰는 힘을 과시하며 10권까지 출간된 전48권(원고지 2만장)분량의 가상소설 『대한제국 일본침략사』를 집필중이다.
87년『마디』로 등단한 具씨는 정통 소설문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법론을 찾아내는데 주력한 작가로 90년대 들어 그 진가를발휘하고 있다.具씨는 90년이후 『노을은 다시 뜨는가』(90년),『확성기가 있었고 저격병이 있었다』(93년) 등 두권의 소설집을 비롯해 장편 『늪을 건너는 법』(91년),『슬픈바다』(91년),『전장의 겨울』(92년),『추억되는 것의 아름다움 혹은 슬픔』(92년),『낯선 여름』(94)등 평균 1년에 두권씩을 펴내며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77년 소설부문에 가작 입선한 이윤기(李潤基)씨는 소설보다 전문번역가로 더 성공을 거두고 있다.72년 월남전이 끝나고 귀국하면서 원서 7백권을 싣고 돌아온 李씨는 이후 번역작업에 매달려 영어권 작품번역의 선두주자로 올라섰다.李씨는 지금까지 1백20여권을 번역했으며 86년에는 난해하기로 소문난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장미의 이름』을 일본보다 먼저 번역해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신 춘중앙문예 출신 시인으로는 김명인(金明仁).황지우(黃芝雨).곽재구(郭在九)씨등이 탄탄한 위치를 구축했으며,젊은 시인으로는 이상희.나희덕씨등이 주목받고 있다.
金씨는 등단 7년만에 낸 첫시집『동두천』으로 80년대에 화려하게 주목받았으며 『머나먼 곳 스와니』『물건너는 사람』에 이어지난해 네번째 시집『푸른 강아지와 놀다』를 냈다.
80년 가작으로 입선한 黃씨는 해체시의 선구자로『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겨울나무에서 봄나무에로』등의 시집을 내면서 80년대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그러나 한동안 슬럼프에 빠져있다 지난해 봄 6년에 걸친 광주에서의 칩거생활을 청산하고 한신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됐다.올해「문학과 지성사」에서 새 시집을 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81년 신춘문예 역대 작품중 최고로 평가받은 『사평역에서』로시단에 나온 郭씨는 『사평역에서』『전장포아리랑』『한국의 연인들』『서울세노야』등의 시집을 냈고 지난해에는 해체됐던「오월」동인들과 작품집을 냈다.또 92년 창작동화『아기참새 찌꾸』를 펴내며 문인들의 동화쓰기 붐을 일으킨 郭씨는 올해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동화와 새 시집을 낼 계획이다.
89년『뿌리에게』로 등단한 나씨는 지난해 10월「창작과 비평사」에서 두번째 시집『그말이 잎을 물들였다』를 내면서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南再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