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근은 ‘폭군 태종' '용의 주먹' 패러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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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왕과 나’ 홈페이지 게시판이 비난 댓글과 냉소적인 패러디로 시끌벅적하다. 탤런트 유동근(51)이 아내 전인화(42)가 인수대비 역으로 출연 중인 ‘왕과 나’의 제작진을 폭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당시 상황=유씨는 15일 오전 경기도 탄현 SBS 일산제작센터 ‘왕과 나’ 녹화 현장에 나타나 제작진에게 대본이 자꾸만 늦어지는 이유를 물었다. 이 과정에서 유동근은 말다툼 끝에 김용진 책임PD와 이창우 PD에게 주먹을 휘둘렀고 김씨와 이씨는 각각 눈과 턱에 부상을 입었다. 유동근은 곧바로 전씨와 함께 귀가했다. 전인화는 사건 후 10일이 지난 25일까지 녹화장에 나타나지 않아 촬영이 지연됐다. 한 관계자는 “인수대비(전인화)가 중전(구혜선)에게 사약을 내리는 장면을 찍어야 하는데 팀의 불화가 계속돼 시도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왜?=이번 폭력 사태는 쪽대본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본이 자주 지연돼 밤샘 촬영이 이어지는 등 열악한 제작 환경이 계속됐다는 것이다. 제작팀의 한 관계자는 “최근 대본이 한번에 나오지 않고 여러 개로 나뉘어 나와 대다수의 출연진이 불만을 갖고 있었다”며 “쪽대본이 나오면 감정을 살리기 힘들어 출연진과 제작진의 날카로운 신경전이 위험 수준을 넘는다”고 말했다. 시청률 저조도 한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24일 방영분의 시청률은 13.2%(TNS 미디어 코리아 집계)까지 떨어졌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같은 시간에 방영되는 MBC ‘이산’은 23.6%를 기록했다.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제2의 ‘여인천하’” “진전없는 스토리 전개”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 엉성한 캐릭터” 등의 악평이 잇따랐다.

◇‘폭군 태종’ 패러디=‘왕과 나’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현재 처해있는 드라마 제작 인프라, 유씨 행동에 대한 질타와 패러디 등의 댓글이 즐비했다. 김하균씨는 유동근을 가리켜‘오만동근’이라고 표현하며 “늑장 대본은 문제이긴 하지만 일부러 그렇게 하는 PD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스타 권력이 드라마 제작 책임자들을 때렸다”며 “대본이 늦어진 것과 관련해서는 제작진과 출연진이 해결할 일이다. 이번 행동은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를 우습게 아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천장사씨는 ‘폭군 태종 유동근 등장’이라는 글에서 “인수대비 남편 유동근씨가 폭군으로 등장한다”며 “그가 카메오로 출연했고 책임PD와 조연출이 폭군의 희생양이 됐다”고 비꼬았다. 유은화씨는 “예전에 방영됐던 ‘용의 눈물’은 끝나고 ‘용의 주먹’이 재방송된다”고도 빈정거렸다. “실망이고 유감이고 불쾌하다”(이승민) “유씨를 처벌하는 본보기를 보여줌으로써 드라마를 제작하는 많은 스태프가 일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구혜정) 등의 댓글도 이어졌다.

◇현재=‘왕과 나’ 제작진은 유씨가 공식 사과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유씨의 소속사는 상황이 정리되는 대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드라마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사전제작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본이 늦어지면서 촬영이 지연되고 배우들의 감정 이입이 원활히 되지 않아 결국 드라마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드라마 프로덕션의 한 PD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쪽대본의 위험성을 깨닫는 것은 물론 완성도 있는 작품을 위해 드라마 사전제작을 지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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