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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교 뺑소니사고 1년-경찰8천명 투입 허탕 되려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결국 못잡고 마는 것인가.
1년전인 지난해 12월24일 새벽4시50분쯤 서울반포동잠수교에서 윤웅대(53.회사원.서울서초구서초동)씨와 부인.장녀(24.방송작가).막내딸(19.고3)등 일가족4명이 새벽기도를 하러승용차를 타고가다 뺑소니 차량과 부딪쳐 한강으로 추락,모두 숨진 사건이 결국「영구미제」로 남을 전망이다.
이 사건은 뺑소니 사건이 해가 갈수록 폭증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의 수사.검거체계가 얼마나 허술한 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기록될 것같다.
수사는 애초부터 문제점 투성이었다.사건을 접수받은 서울용산경찰서 교통사고 조사반은「운전미숙으로 인한 미끄럼 사고」라고 단정짓고 차량인양에만 신경쓴채 현장에 남아있던 각종 증거물을 수거하는데 완전히 실패했다.
인양된 차량에서 충돌흔적을 발견한 경찰이 허겁지겁 현장에 다시 나간 것은 오후6시쯤 이었지만 14시간이 지난 현장엔 증거라곤 검불하나 남아있지 않았다.
과학적 현장검증에 실패한 경찰이 매달릴건 목격자의 xx447x라는 세자리 숫자에 대한 진술뿐이었다.
이때부터 경찰은 1년여동안 4470부터 4479라는 번호를 가진 차량을 서울에서 1천4백59대,전국적으로 2천9백58대나일일이 찾아다니며 차주들의 알리바이를 캤으나 허탕이었다.
『가해차량이 경기도광주군 야산에 버려져 있다』는 제보에 따라일대 야산을 샅샅이 뒤지기도 했지만 광주군이 상수원을 오염시킨다는 이유로 엔진번호도 적어두지 않은채 용의차량을 폐기시켜 헛수고로 끝났다.
8천명 이상의 경찰이 동원됐고 수사기록이 1m 높이 이상으로쌓이고 카센터.폐차장 1천8백개소 탐문수사에 얼마나 들었는지 측량도 안되는 천문학적 수사비용이 드는등 경찰은 여론의 관심에부응해 특별한 노력을 했다.그러나 이제 기진맥진 해 있고 설혹당시의 범인이 자수한다 해도 증거확보가 거의 불가능해 과연 공소유지가 가능할지 불투명하다는게 수사관계자의 고백이다.
뺑소니 사고는 지난해만도 92년보다 49.2%나 증가한 9천1백53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검거율은 40%선이다.이번사건에서 보듯 수사체계를 초동부터 근본적으로 재검토하지 않으면 계속 억울한 피해자들이 양산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權赫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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