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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휩쓰는 ‘용산고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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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용산이 뜬다. 개발 열풍으로 서울 용산이 새로운 도심으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프로농구에도 용산이 전체 판도를 바꿔놓고 있다.

14일 현재 1위부터 4위 팀까지 감독이 모조리 용산고 출신이다. 1위 원주 동부의 전창진(1982년 졸), 2위 안양 KT&G의 유도훈(86년 졸), 3위 전주 KCC의 허재(84년 졸), 4위 창원 LG의 신선우(74년 졸) 감독이 주인공이다.

 현재 분위기라면 용산고 출신 감독 4명이 이끄는 팀끼리 4강 플레이오프를 벌일 가능성도 있다. 특정 고등학교 출신이 10개 팀 중 4개 팀 지휘봉을 잡기도 쉽지 않은 일인데 상위권을 독차지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유도훈 감독은 “요즘 선수들이 프로에서 처음 배우게 되는 협력 수비나 공격 패턴을 이미 80년대 중반 용산고에서 배웠다”면서 “당시 용산고 감독이었던 양문의 선생님은 시대를 앞서간 최고의 감독”이라고 말했다.

 용산고 농구부는 전통적으로 끈질기고 팀워크가 강하다. 또 출신 선수들은 대부분 실력이 뛰어났으며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하다. 고교 시절부터 리더십을 배우고, 뛰어난 감독이 될 자질을 배운 셈이다.

 그러나 다른 학교라고 해서 팀워크가 없거나 나쁜 감독만 있는 건 아니다. 용산고 출신 감독들이 올 시즌 팀을 잘 이끌고 있는 것은 개인 능력이 뛰어난 덕분이지만 용산고 출신이기 때문에 이런 기회를 잡았을 수도 있다. 이른바 ‘용산 마피아’론이다.

 신선우 감독은 고교 후배인 유도훈 감독에게 특별한 애정을 갖고 현대-KCC-LG를 거치면서 7년간 계속 코치로 데리고 다녔다. 반대로 후배가 선배를 돕기도 한다. 허재 감독이 선수 시절 기아에서 삼보(현 동부)로 이적하면서 삼성 프런트 직원이었던 전창진 감독이 삼보 코치가 됐다. 당시 삼보는 용산고 출신 구단주와 사무국장이 있었다. 허재 감독이 현재 몸담고 있는 KCC의 오너 역시 용산고 출신이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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