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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스타는 소모품인가-김봉연.박철순.김성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한 시대를 풍미한 프로야구스타들이 하나같이 불명예스럽게 퇴진하고 있어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70년대부터 80년대 초반에 걸쳐 국내 최고의 홈런왕으로 인기를 모았던 해태 김봉연(金奉淵)코치가 최근 재계약협상도중 구단과 결별을 선언했고,「불사조」라 불리던 OB 박철순(朴哲淳)역시 불명예퇴진의 기로에 서있다.
金코치는 자신이 구단에 불필요한 존재로 여겨지고 있는데 반발,재계약을 거부했고 구단은 「마침 잘됐다」는 식으로 金코치와의결별을 기정사실화했다.박철순은 지난 시즌 후반에 일어났던 항명사건의 주동자로 몰려 구단의 처분만 기다려야 하 는 신세가 됐다. 또 80년대 최고타자로 군림하던 김성한(金城漢)은 소속구단인 해태로부터 플레잉코치직을 제의받았으나 거절할 수도 없는 딱한 처지에 몰렸다.
金은 아직 선수로 뛸 수 있다는 강한 미련 때문에 은퇴코스인플레잉코치를 망설이고 있으나 많은 연봉(7천만원)을 보전하기 위해선 구단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으리라는 시각이다.
한때 LG의 최고스타였던 김재박(金在博)은 은퇴시기를 놓고 구단과 심하게 마찰,92년 팀을 떠나 이제 「LG간판 김재박」을 기억하는 사람조차 없게 됐다.
대부분의 스타플레이어들이 많은 연봉에 집착,무리하게 선수생활을 연장하다 자기개발을 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는 것이다.
반면 구단은 스타플레이어를 팀성적을 위한 소모품정도로만 인식,효용가치가 떨어졌을때 무자비하게 방출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스타를 키우는데는 인색하고 그나마 스스로 자란 스타마저 수명이다하면 헌신짝처럼 팽개쳐온 것이다.
올해 은퇴한 시카고 커브스의 명 2루수 라인 샌버그는 수백만달러의 연봉을 거절,『더이상 많은 연봉을 받을 자격이 없다』며시즌도중 은퇴를 선언해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구단 역시 충격속에서도 샌버그의 의사를 존중해 그가 「영원한스타」가 되는 길을 열어주었다.국내 스포츠 가운데 최고의 인기종목으로 인정받는 프로야구 스타들의 말년이 초라하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金弘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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