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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계에 몰아치는 ‘오일 파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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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 17면

타이거 우즈는 매년 거액의 초청료를 받고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에 출전한다. [두바이 로이터 = 연합뉴스]

타이거 우즈는 수년간 거액의 초청비를 내놓은 PGA 유러피언 투어 대회인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의 단골손님이다. 2006년 대회 우승자이며 내년 1월 29일에 개최될 대회에도 참가한다. 최근 중동 국가들의 오일 머니가 세계 스포츠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특집기사를 게재한 ‘옵서버’지에 따르면 우즈는 이 대회에 출전하는 대가로 200만 달러를 받는다. 총상금은 260만 달러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우즈는 두바이에 최초로 골프 코스를 설계하겠다고 발표했다. ‘옵서버’는 이 사업 진행을 위해 우즈가 2000만 달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옵서버’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오만·쿠웨이트 등의 걸프해 지역 국가들은 상승세를 탄 국제유가 덕에 지난 4년간 1조5000억 달러의 오일 머니를 챙겼다. 이런 여유 자금을 스포츠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19일, PGA 유러피언 투어는 두바이 월드챔피언십이라는 새로운 대회가 2009년부터 시즌 피날레를 장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골프 사상 최대인 총상금 1000만 달러가 걸렸다. 이로써 중동 지역에서 열리는 유러피언 투어 대회의 수는 4개(아부다비 챔피언십, 카타르 마스터즈,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 포함)로 늘었다.

중동의 스포츠 투자는 골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09년부터는 포뮬러 원(F1) 레이싱 대회인 아부다비 그랑프리가 열리게 된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
드는 5000만 달러를 받고 두바이에 축구 아카데미를 설립하기도 했다.

‘옵서버’지는 인구 80만을 겨우 넘는 카타르야말로 걸프해 지역의 스포츠 야망을 대변한다고 전했다. 1973년 창설된 축구리그 Q-리그는 거액을 주고 왕년의 스타들을 영입해 인지도를 높여왔다. 브라질의 영웅 호마리우, 아르헨티나의 가브리엘 바티스투타, 프랑스의 마르셀 데사이 등이 카타르에서 활약했다.

약 500억 달러를 운영하는 정부 산하 카타르 투자청은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해 여자프
로테니스협회(WTA) 투어 챔피언십 대회를 끌어왔다. 향후 3년간 도하에서 대회가 열린다. 지난달 24일에는 2010년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 개최권을 따냈다. 2011년 아시안컵 축구대회 역시 카타르에서 열린다. 도하는 2016년 여름 올림픽 유치전에도 뛰어들었다. 2018년 월드컵 유치 경쟁에 참가할지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카타르는 돈으로 외국 선수들을 끌어들여 귀화시킨 다음 국제대회 성적을 부풀린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아프리카 선수들이 주요 대상이다. 케냐 태생의 스티븐 체로노는 2003년 세계 육상선수권 직전 카타르 국적을 취득, 이름도 사이프 사에드 샤힌으로 바꿨다. 그는 2003·2005년 세계 육상선수권 3000m 장애물 금메달을 차지했고 세계 기록도 갖고 있다. ‘옵서버’는 그가 카타르 정부로부터 평생 매달 1000달러씩 연금을 받는다고 보도했다. 또 카타르는 케냐의 육상선수들을 데려오는 조건으로 케냐에 육상 경기장을 지어주기로 약속했으나 아직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옵서버’의 기사는 아프리카 7개국 출신의 어린 축구선수들을 육성하는 카타르의 장학 프로그램인 ‘어스파이어 아프리카’는 향후 카타르 국가대표 선수 발굴을 빌미로 한 인신매매라는 질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프로그램 관계자인 안드레아스 블레이처는 ‘옵서버’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에서 좀 더 나은 선수들을 데려오면서 국내 선수들이 그들과 경쟁하며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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