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史劇 소재발굴 폭넓혀야-조선시대 몇몇인물 편중 재탕 일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장희빈.한명회.수양대군.혜경궁 홍씨.명성황후….
TV사극에 특정소재 편중이 두드러진다.대부분의 사극이 극적요소가 풍부한 조선시대 몇몇 인물에 집중돼 재탕.삼탕을 일삼는가하면 방송사간 동일소재사극 중복기획도 자주 벌어져 「전파낭비」란 지적을 받기도 한다.
지난달 명성황후를 다룬 드라마 제작을 놓고 우선권을 주장해 갈등을 빚은 KBS와 SBS가 최근에는 「장희빈」극화를 놓고 또한차례 충돌위기를 겪은 것은 그 대표적인 경우.
SBS는 내년 1월부터 50부작 『장희빈』(임충 극본)을 방송키로 했으며,KBS 또한 『한명회』 후속으로 장희빈 극화기획을 세웠다가 중복사실을 접하고 인목대비나 혜경궁홍씨로 소재를 바꾸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혜경궁 홍씨는 88년 KBS가 『하늘아 하늘아』,MBC가『한중록』으로 중복극화해 신경전을 빚은 「전력」이 있으며 인목대비 또한 73년 TBC,86년 MBC 『회천문』에서 잇따라 다뤄 사극 기획의 빈곤을 실감케 한다.
또 장희빈은 71,82년 MBC드라마에 이어 세번째 리바이벌이며 명성황후.대원군 역시 71,90년 MBC 『대원군』 및 76,82년 KBS 『개화전야』 『풍운』등으로 연달아 극화된 단골들. 이밖에 수양대군은 66,74,90년 KBS 『충의』『파천무』,84년 MBC 『설중매』등에서 등장을 거듭했고 KBS-2TV에서 방송중인 『한명회』는 80년 『고운님 여의옵고』,84년『설중매』에 이어 같은 작가(신봉승)에 의해 「삼탕 」되는 기록을 세웠다.
반면 삼국시대.고려를 다룬 작품은 92년 KBS 『삼국기』,83년 KBS 『개국』등 손꼽을 정도여서 사극무대의 조선시대 편중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대해 방송가에서는 『소재만 같을 뿐 매번 다른 시각과 다른 연기자를 동원해 만듦으로 큰 문제는 아니다』는 분위기다.
특히 조선시대는 시청자의 인지도와 관심이 높은데다 당시의 궁궐.복식등이 보존돼 있어 고증과 촬영이 손쉽고 제작비가 저렴해인기소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사극의 모태가 되는 사료와 역사소설이 전 시대에 비해 풍부한것도 요인.더욱이 모처럼의 脫조선극인 『삼국기』가 저조한 시청률 속에 막을 내린 것도 상대적으로 「안전한」조선시대극 선호경향을 부채질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극의 소재편중은 시청자의 볼권리를 제한할 뿐 아니라방송사간 기획중복으로 소모적인 충돌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우리 역사의 재발견이라는 사극의기능상 새롭고 의미있는 얘기 발굴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신봉승.임충.이상현씨등 몇몇 노장외엔 이렇다할 신인이없는 취약한 작가군과 전문사극 PD의 부재로 사극의 소재확장은커녕 존립마저 위협받는 수준이란 것이 관계자들의 우려다.
다년간 사극PD로 활동해 온 이정훈 KBS심의위원은 『후삼국.고려 무신정권등 극적요소가 뛰어난 소재들이 과거엔 정치적 이유로 극화에 제약을 받았으나 요즘은 취약한 제작여건과 PD의 열의부족으로 여전히 사장되는 형편』이라며 사극 소 재확장을 위해 방송사가 역사의식과 지식을 갖춘 전문PD.작가 양성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姜贊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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