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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강남길 "아픈 만큼 연기도 진솔해지겠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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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감을 자랑마라~."

지난 13일 MBC 일요아침드라마 '물꽃마을 사람들'(연출 박복만.극본 이해수)의 촬영 현장인 충남 당진의 한 농장. 서울에서 정리해고되고 전원도시 '물꽃마을'로 낙향한 한세영(강남길 분)이 뒷산에 올라 천연덕스럽게 '청산리~'를 부른다. 박감독의 컷 사인이 떨어지자 스태프들의 웃음이 터진다.

"박감독님이 건재하다고 칭찬해 주셨어요. 이젠 제법 순발력이 살아나고 있고요. '강남길 아직 죽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어리숙한 소시민 '달수'로 인기를 모았던 탤런트 강남길(46.사진)이 실직자 '한세영'으로 돌아왔다. 가정문제로 활동을 중단하고 딸(고1)과 아들(중1) 두 아이와 함께 영국으로 떠난 지 4년 만이다.

"아이들하고만 지냈죠. 빨래하고 밥하고. 그런데 언젠가부터 '주부 아빠'보다 '일하는 아빠'가 낫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이들 걱정에 한국으로 돌아오기로 작정했지만 그는 결국 아이들을 영국에 남겨 두고 말았다. 학제가 달라 국내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어렵겠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시차 때문에 새벽 2시에 전화를 걸면 중1인 막내가 '아빠 일하느라 피곤할 텐데 매일 전화하지 말고 그냥 자라'고 오히려 저를 걱정해줘요."

그는 지난 13일 방영된 MBC 베스트 극장에선 '기러기 아빠'역을 맡았다. 남 얘기 같지 않아 촬영하면서 많이 울었단다.

이번 드라마에서 그가 맡은 한세영이란 인물은 정리해고된 뒤 사업까지 실패하고 물꽃마을에 내려와 분식집을 차리는, 어른들 세상에선 실패한 사람이다. 그러나 마을 아이들에게는 가장 인기 있는 아저씨다. 어쩐지 소시민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그와 닮은 것 같다. '달수 시리즈'도 4월부터 다시 방송될 예정이다. 과거 소액재판 등을 다뤘던 것처럼 이번에도 보통 사람의 시각에서 사교육 등 사회문제를 다룰 계획이란다.

"아픔이 있었으니 더 진솔한 연기가 나오지 않을까요."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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