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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명 '일출' … 해작사 '부산상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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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해군작전사령부가 55년간 해군의 모항(母港)이었던 경남 진해기지를 떠나 부산 용호동기지로 이전했다. 1일 해군작전사령부 부두에 한국형 구축함인 대조영함문무대왕함양만춘함(왼쪽부터)이 접안해 있다. [사진=송봉근 기자]

"독도함. 현재 믈라카 해협을 통과 중입니다."

1일 오전 10시. 독도함(1만4000t) 함장 정안호 대령이 위성전화로 해군작전사령관 안기석 중장에게 위치보고를 했다. 독도함은 방산전시회 참가를 위해 말레이시아 랑카위로 항해하는 중이다.

55년간 해군의 모항(母港)이었던 경남 진해기지를 떠나 부산 용호동기지로 이전한 첫날. 안 사령관은 가장 먼저 해군작전사령부(해작사) 지하 지휘통제실을 찾았다. 그는 해군전술지휘통제체계(KNTDS)의 대형 모니터로 한반도 근해 모든 선박의 움직임과 작전 현황을 확인했다. KNTDS에는 해.공군의 레이더가 수집한 모든 해상 정보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안 사령관은 이곳에서 합참과 해군본부에 '임무 개시' 보고 후 작전회의를 열었다. 지난달 초부터 시작된 해작사 이전 작전명은 '일출'. 일출작전은 은밀하게 진행됐다. 사령부 이전을 불안해하는 진해 시민의 동요를 최소화하고 작전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핵심 장비와 자료를 운반하는 데 상륙함(LST)이 동원됐다. 이날 새벽까지 진해기지에서 지휘하던 안 사령관이 오전 7시12분(부산 일출시각) 차량편으로 부산기지에 도착하면서 작전은 완료됐다.

해작사의 이전으로 부산은 남한 면적의 약 3.2배인 32만1000㎢의 책임 해역과 3000여 개의 도서 지역을 방어하는 해군의 심장부가 됐다.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부터 해군의 모항이었던 진해기지는 섬과 산으로 둘러싸여 방어 능력이 뛰어난 해안 요새였다. 과거 일제와 러시아가 탐낼 만큼 최고의 입지 조건을 갖춘 군항이다. 진해기지에는 일제가 러.일전쟁에서 패한 러시아로부터 받은 배상금으로 세운 건물이 남아 있다.

그러나 진해 주변 어장이 활성화되면서 각종 함정들이 좁은 수로에서 15노트(시속 27.7㎞) 이상 속력을 낼 수 없었다. 부산 앞바다까지 이동하는 데 두세 시간이 걸렸다. 인근 조선소의 확장에다 주변을 이동하는 선박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도 문제였다.

해군은 지난해 57만7000㎡의 부지에 완공된 3함대 사령부의 부산기지를 해작사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부산기지에는 항공모함과 7000t급 이지스함을 비롯해 30여 척의 배가 동시에 정박할 수 있다. 앞으로 구성될 기동부대의 모(母)기지로도 손색이 없다. 부산기지에서는 수평선이 한눈에 보인다. 기지를 빠져나가면 곧바로 태평양으로 나가 고속 항해가 가능하다.

부산기지는 동북아 시대의 핵심기지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중국.러시아.일본을 동시에 견제할 수 있는 위치다. 유사시 한반도에서 전개될 미군에 대한 지원도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다. 장수홍 해작사 작전처장은 "부산 해작사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 한.미 해군 연합작전의 사령탑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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