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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라이벌열전] (18) 모유 vs 우유 vs 산양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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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 vs 우유 vs 산양유.’ 모두 아기의 소중한 음식이다. 동시에 동물의 젖이다. 마유(馬乳)·양유(羊乳) 등을 섭취하는 민족도 있지만 이들은 주로 성인용이다.

  셋 중에서 아기에게 가장 부담이 적은 것은 모유다. 아기는 모유를 가장 잘 소화·흡수한다. 모유를 먹는 아기의 알레르기·아토피 발생률이 낮은 것은 이래서다. 탄수화물(유당) 함량이 셋 중에서 가장 높은 것도 모유의 장점. 100㎖당 유당 함량은 7.3g으로 우유·산양유(4∼5g)를 압도한다. 유당은 아기의 에너지원이면서 두뇌 발달·골격 성장(칼슘 흡수 촉진)·정장 작용(장내 유익균 증식을 도움)을 돕는 성분이다.

  지방은 모유에 가장 많이 들어 있다. 아기는 모유의 지방을 잘 소화시킨다. 리놀레산·감마 리놀렌산·DHA 등 유익한 지방으로 구성돼 있다. 반면 우유의 지방은 소화가 잘 안 된다. 또 칼슘의 흡수를 방해해 아기에게 변비를 유발할 수 있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단백질 함량에 있어선 우유·산양유(둘다 100㎖당 3.3g)가 모유(100㎖당 1.2g)보다 위다. 모유에 단백질이 적게 든 것은 아기의 신장에 부담을 적게 주려는 조물주의 배려다.

  열량은 셋이 엇비슷하다. 100㎖당 모유 63∼71㎉, 우유 69㎉, 산양유 70㎉다. 모두 다이어트용 식품 범주에 든다. 이런 영양·건강상 이유로 우유·산양유 업체들은 “모유와 가장 닮은 제품”을 추구한다.

 마치 대선 판세와도 닮은 ‘1강(모유) 2중(우유·산양유)’의 구도 속에서 ‘2중’의 차이를 살펴보자.

  첫째, 맛이 다르다. 우유는 맛이 신선하고 담백하다. 산양유에선 독특한 산양취가 난다. 아기는 별 거부감 없이 먹지만 성인 중엔 아예 입도 대기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한번 맛에 익숙해지면 계속 찾게 된다고 한다.

  둘째, 단백질의 조성이 다르다. 우유·산양유의 단백질은 카제인 8, 유청 2의 비율로 이뤄져 있다. 이 중 아기가 잘 소화·흡수시키지 못하는 αS1-카제인이 우유에 많이 들어 있고, 산양유엔 거의 없다. 이것이 우유 대신 산양유를 먹이면 아기의 소화·흡수력이 좋아지고 아토피 등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보는 이유다.(일동 후디스 학술팀 한동령 부장)

 아기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β-락토글로블린(유청의 일종)의 함량도 산양유가 우유보다 적다.

  셋째, 지방의 크기가 다르다. 산양유 지방의 입자 크기는 우유의 20분의 1에 불과하다. 반면 체내에 들어간 뒤 빠르게 소화·흡수되는 MCT(지방의 일종)의 함량은 지방의 두 배에 달한다. 이것이 산양유 업체들이 “산양유의 지방이 아기의 몸에서 더 빨리 소화·흡수된다”고 광고하는 과학적 근거다.

 넷째, 사육·착유·가공·위생 관리 기술에서 차이가 난다. 우유업체는 오랜 기간 노하우를 쌓아왔다. 그러나 산양유업체의 수준은 이에 한참 못미친다. 위생·품질 면에서 우유보다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천안연암대학 외식산업부 박승용 교수)

  다섯째, 가격 차가 있다. 산양유는 200㎖짜리가 1200∼1300원으로 우유보다 두 배 이상 비싸다. 국내에서 시판 중인 산양유는 대부분 스위스의 자아넨종 산양의 젖이다.

  산양분유의 가격(800g, 4만2500원)도 일반 분유(2만원 내외)는 물론 프리미엄급 분유(2만8000원 내외)보다 비싸다. 국내에서 시판 중인 산양분유는 주로 뉴질랜드에서 수입된다. 산양의 품종은 영국과 아시아의 교배종인 누비안종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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