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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서] 비리폭로 기자 몸값은 7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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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중국 기자의 몸값은 얼마나 될까. 흔히 연봉 5만위안(약 7백50만원)이면 괜찮은 편에 속한다. 한데 최근에 몸값 5백만위안의 기자가 탄생했다. 여느 기자 연봉의 1백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액수다.

화제의 주인공은 중국경제시보(中國經濟時報)의 왕커친(王克勤)기자다. 아쉬운 게 있다면 그의 몸값이 연봉이 아니란 점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5백만위안이란 거액은 그의 목숨을 노리는 중국의 폭력조직이 내건 액수다.

도대체 그의 활약이 얼마나 대단했기에 이 같은 현상금(?)이 걸린 것일까. 그의 활동이 두드러졌던 2001년을 예로 들자. 그가 폭로한 기사로 인해 그 해에만 무려 1백60여명의 사회악 인사들이 철창행 신세가 됐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중국의 택시업계 비리 고발이다. 빈손으로 회사를 차린 뒤 택시기사들을 착취해 거액을 벌어들이는 택시 회사 주인들의 마각을 파헤친 것이다. 택시업계 비리에 대한 원성이 얼마나 자자했으면 2000년엔 당시 총리 주룽지(朱鎔基)가 부인 라오안(勞安)여사에게 몰래 조사를 시켰을 정도다.

王의 폭로 기사는 택시회사 사장 및 이들과 결탁한 교통국 관리들의 집요한 방해를 뚫고 완성됐다는 점에서 특히 높은 평가를 받는다. 관리들의 인터뷰 거절은 물론 택시 회사에선 경비들에게 욕을 먹고 쫓겨나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그는 회사의 격려 속에서 수개월간 현장 취재를 마치고 4만자에 이르는 장문의 폭로성 탐사기사를 내놓았다.

이는 이후 원자바오(溫家寶)총리가 택시업계 전면 재정비 지시를 내리는 계기가 됐다.

중국 CC-TV는 그런 그를 '2003년 풍운의 기자'로 선정했다. 중국인들은 이제 사회악을 파헤치는 그의 몸값이 5백만위안이 아닌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물(無價之寶)'이라고 말한다. 언론의 사회 감시를 갈수록 중시하는 중국 사회 변화의 한 단면이다.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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