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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 앓는 人事는 萬事-서울시장 인선 왜 늦어지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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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명규(禹命奎)서울시장의 전격적인 사퇴발표 이후 청와대는 후임인사에 몹시 신경을 쓰고 있다.임명 11일만에 자의든 타의든물러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여러 채널을 통해 추천을 받고있다.
단순히 신중을 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과시적 측면에서가 아니라 또다시 이런 실수가 되풀이돼서는 안된다는 절박감이 배어있다.따라서 禹시장의 사퇴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31일 이후 추천된인사에 대한 경력상의 하자나 재산형성과정에서의 문제점까지 검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선의 가장 큰 장애는 미묘한 정치적 시기다.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불과 7개월여를 앞두고 있어 이번 시장은 「시한부」일 뿐 아니라 중량감있는 인사가 등장할 경우 야당은 물론 여당내에서조차 새 시장 흠집내기가 본격화될 것이기 때문이 다.
그렇다고 시장임명에 감지덕지할 그런 인사를 내세워서는 설득력이 없다.성수대교 붕괴와 이원종(李元鐘).우명규 두시장의 경질등으로 어수선해진 서울시를 추스려나갈 수 없다.내년 단체장 선거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적합한 인물은 시 한부인 시장에 취임하기를 꺼리고 함량미달의 인물은 분위기를 바꿀 수 없다. 그래서 후임 시장으로는 민자당 현역의원 C씨가 거명되는가 하면 전직장관 李모씨가 오르내리기도 한다.그러나 金대통령은 별도의 채널로 인사추천을 받고있어 결과에 대해서 청와대 참모들은여전히 자신없어 한다.
다만 서울 출신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한 원칙이다.서울 출신으로 기술관료였던 禹시장의 전문성을 높이 사 발탁했다가 혼난 악몽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金대통령은 지난번 禹시장을전격 임명한 뒤 언론에 지적을 받자 사적인 채널 로 여론을 물어보았다.그 결과 한결같이『왜 그런 인물을 임명했느냐』는 비판이 지배적이었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참모들의 추천이 이번 새 시장 인선에서 별 작용을 못하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상처투성이인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는 金대통령의 발언을 어떻게든 치유하고 싶은 욕구가 없을 수 없다.
禹시장의 사퇴배경에 대해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禹시장의사퇴를 지난4월 사전선거운동문제로 사퇴한 박태권(朴泰權)前충남지사나 인천세무비리사건으로 물러난 최기선(崔箕善)前인천시장의 경우와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이들은 문제가 되자 자진사퇴한 경우다.禹시장을 추천한 것으로 소문난 청와대의 일부 수석들은 민주계 의원들의 엄청난 항의전화를 받아야 했다.
그렇지만 아직 대통령을 잘못 보좌한데 대한 문책설은 나오지 않는다. 어쨌든 후임인사가 禹시장 임명과 사퇴를 둘러싼 실책을상쇄하기는 쉽지않을 전망이어서 이래저래 金대통령은 우울하지 않을 수 없다.
〈金斗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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