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통령 헐뜯는 '백악관 입'…'윤리 실종' 논란 확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백악관 대변인 출신으로 대통령을 비난하는 자서전을 출간해 또다른 비난을 사고 있는 스캇 맥클레런.


'대통령 입' 백악관 대변인이 대통령을 헐뜯는 자서전 파장이 확산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 밑에서 3년간 일했던 스캇 맥클레런 전 백악관 대변인이 '대통령 때문에 거짓말 했다'는 회고록 출판을 예고하자 "아무리 돈 버는 일이 중요해도 기본적인 윤리를 지켜야 한다"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과거에도 대변인 출신이 회고록을 쓰는 일은 적지 않았으며 자신이 옹호했던 대통령에 대한 평판이 담겼다. 그러나 회고록은 대통령이 사망하거나 최소한 퇴임한 이후 출간하는 것이 '예의'였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대변인 피에르 샐린저는 여러 권의 책을 썼지만 모두 케네디 사망 이후 출간했으며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의 대변인 제임스 해거티의 일기는 아이젠하워 사후는 물론 1981년 해거티 스스로가 사망한 뒤에야 출판됐다. 또 린든 존스 대통령의 대변인 조지 크리스티안이 책을 낸 것도 그가 퇴임한 이후였다.

그러나 "합당한 것으로 보이는 이런 오랜 규칙과 기준들은 갈수록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고 지미 카터 대통령의 대변인을 지낸 조디 파웰은 개탄했다. 자신이 모셨던 대통령을 비판하는 대변인 회고록의 시초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입'이었던 래리 스피크스가 1988년 '솔직한 이야기'라는 책을 내면서부터. 스피크스는 이 책에서 레이건 대통령이 백악관 내에서 소외됐으며 조지 H.W. 부시 부통령은 직언을 할 줄 모르는 '예스맨'이라고 묘사해 파장을 일으켰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정치 참모였던 딕 모리스가 클린턴의 재선 내막을 담은 회고록을 출판해 파문을 일으키자 조지 스테파노풀로스 당시 백악관 공보실장은 최소한 "대통령을 당혹스럽게 만들지 않는게 참모의 도리"라고 꾸짖었다.

그러나 스테파노풀로스 본인도 1999년 270만달러의 선금을 받고 펴낸 회고록에서는 클린턴을 옹호할 때의 심정이 "얼간이 같았다"고 적어 구설수에 올랐다.

이처럼 거액을 내세운 출판사들의 권유에 백악관 대변인들이 대통령에 대한 신의를 지키기는 게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봉화식 미주중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