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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이탈리아 자동차 디자이너 된 강준·윤수한·유미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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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이탈리아 디자인 회사인 카르체라노에 취업한 세 디자이너가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유미혜<1>·강준<2>·윤수한<3>씨. 이름 옆 숫자는 이들의 작품. [사진=김경빈 기자]

톡톡 튀는 디자인이 ‘바늘 구멍’을 뚫었다. 패션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의 디자인 회사 카르체라노에 한국인 디자이너 3명이 입성한 것이다. 감각적이고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이탈리아인을 사로잡은 강준(30)·윤수한(27)·유미혜(24·여)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3개월의 인턴을 마치고 최근 정식 직원으로 채용됐다.

카르체라노와 세 사람을 이어준 계기는 올 4월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연 ‘해외 선진기관 디자인 워크숍’. 해외 디자인 회사에서 실무 경험을 쌓도록 마련된 이 워크숍에는 국내 디자이너 15명이 참가했다. 서울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2주 동안 진행된 워크숍의 주제는 경차인 ‘시티카’ 디자인. 과거 중세 기사의 철모와 현대 오토바이 헬멧을 모티브로 활용한 강씨의 디자인은 “소비자들이 편하게 탈 수 있고, 생산하기도 쉬울 것 같다”는 평가를 받았다. 차의 내부를 아담한 응접실로 바꿀 수 있도록 한 유씨의 디자인과 컴퓨터 마우스를 모티브로 한 윤씨의 ‘디지모션’ 디자인도 눈길을 끌었다. 이들을 눈여겨본 회사는 인턴을 제의했고, 7월부터 토리노 본사에서 일했다.

SUV와 왜건·트럭 디자인 등 세 가지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턴 기간 내내 피에로 루이지 카르체라노 회장과 모리츠 뮐러 수석디자이너가 이들을 주목했다. 동양의 독특한 감성이 반영된 디자인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탄탄한 기본기가 바탕이 된 스케치 능력에는 카르체라노 디자인실 멤버들이 모두 감탄했다. 성과도 냈다. 터키의 한 자동차 회사가 의뢰한 4륜 구동 지프 디자인에 강씨의 시안이 채택된 것이다. 강씨는 “수석디자이너인 뮐러가 다가와 ‘차량 설계도에 반영할 세부 작업을 하라’고 말했을 때 뛸 듯이 기뻤다”며 “2년 후면 터키에서 제가 디자인한 지프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개구리 모양을 SUV 디자인에 응용한 강씨의 또 다른 시안은 회사 사람들의 배꼽을 잡게 했다.

토리노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도 주눅들지 않았던 것은 차근차근 쌓아온 기본기와 풍부한 실전 경험 덕분이었다. 기회는 우연히 왔지만 실력으로 이를 잡은 것이다.

경기대 공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한 강씨는 홍익대 국제산업디자인대학원을 다니면서 현대자동차 설계팀의 프로젝트 연구 용역에 참여했다.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자동차 정비사 자격증도 땄다.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2005년 대한민국 산업디자인 전람회에서 특선을 받았고, 같은 해 자동차 회사인 사브(SAAB) 디자인 공모전에도 입선했다.

“이탈리아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꿈은 언젠가 현실이 됩니다.” 강씨는 열심히 찾으면 길이 보인다고 조언했다. 다른 두 디자이너의 이력도 간단치 않다. 부경대 공업디자인과를 졸업한 윤씨는 지난해 부산 산업디자인 전람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자동차 튜닝 업체에서 1년여 외장 디자인을 맡았다. 윤씨는 “스케치 능력이나 컴퓨터를 다루는 숙련도에서 국내 디자이너들이 외국인에게 결코 밀리지 않는다”며 해외 업체에 도전하는 후배들에게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했다. 유씨는 국민대 공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한 뒤 1년 동안 현대중공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유씨는 “끊임없는 시도로 상상력과 감수성을 키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하현옥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카르체라노(Carcerano)=자동차 디자인과 산업 디자인, 건축 및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본사는 이탈리아 토리노에 있다. 카르체라노 회장이 1980년에 설립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엔지니어·건축가·수학자 등 1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인 피아트·린치아·알파로메오 그룹 등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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