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내한 영국 록밴드 스·타·세·일·러
'올드보이' 왕팬 … 한국 공연만 위해 투어
스타세일러 멤버들. 왼쪽부터 배리 웨스트헤드(키보드), 제임스 스텔폭스(베이스), 제임스 월시(보컬·기타), 벤 번(드럼).
‘라디오헤드’ ‘콜드플레이’가 영국 록의 ‘별’이라면, 스타세일러 또한 이들 못지않은 광채를 발하는 별임에 틀림없다.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스타세일러의 사운드는 이들을 라디오헤드· 콜드플레이와 구별 짓는 특징이다. 이들은 서정적이다 못해 우울하고 냉소적인 정서를 때로는 어쿠스틱한 사운드에, 때로는 하드한 기타 연주를 통해 발산한다. 그룹명처럼 독특한 음악세계를 갖고 우주를 자유롭게 떠도는 ‘행성’ 같다.
2001년 ‘러브 이즈 히어(Love Is Here)’앨범으로 데뷔한 이들은 영화 ‘올드보이’(박찬욱 감독) 예고편에 삽입된 곡 ‘브링 마이 러브(Bring My Love)’로 국내 팬들에게 친숙하다. 카리스마 넘치는 보컬리스트 제임스 월시는 e-메일 인터뷰에서 첫 내한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유럽 지역을 제외하고 단 한번의 공연을 위해 투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요즘 음반 작업 중이어서 재충전 시간이 필요했고, 한국에 팬이 많다는 사실 때문에 공연을 결정했다. 무척 흥분된다.”
그는 밴드의 존재감을 국내 팬에게 강하게 인식시킨 영화 ‘올드보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영화에 우리 음악의 사용을 허락한 것은 박 감독에 대한 존경의 뜻이다. ‘올드보이’는 드러머 벤 번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다. 그는 박 감독의 열렬한 팬이다. 나도 한국에 가기 전에 그 영화를 꼭 보려고 한다.”
이들이 데뷔할 때 영국 록 음악계는 호소력 짙고, 마음 깊은 곳을 울리는 21세짜리 보컬 월시의 목소리에 경탄했다. 이에 대해 그는 “내 목소리가 매우 감성적이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불러왔고, 진심으로 노래하며 나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그렇게 들리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자신이 영향을 받은 보컬리스트로 제프 버클리, 밴 모리슨, 닐 영 등을 꼽았고 비틀스를 가장 존경한다고 말했다.
스타세일러는 모범적인 이미지를 가진 록밴드로도 유명하다. 그런 이미지에 대해 월시는 “때로 거친 행동을 할 때도 있지만, 그것은 개인적인 차원의 일이다. 우리 음악이 주는 좋은 이미지로 평가받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음악에 대해 그는 “브릿팝(영국팝)이라는 장르에 얽매이기보다 대중에게 오래 기억되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스타세일러는 내년 봄 4집 앨범을 발표할 계획이다. 월시에 따르면 이번 앨범은 데뷔 앨범을 프로듀싱했던 스티브 오스본과 함께 작업하며, 매우 감성적인 발라드곡이 실릴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한국 팬이 좋아하는 곡들로 리스트를 채웠다. ‘텔미 이츠 낫 오버(Tell Me It’s Not Over)’ 등 신곡도 한두 곡 포함됐다. 관객이 원하면 더 많은 곡을 연주할 수도 있다.”
'쇼바이벌' 스타 5인조 밴드 슈·퍼·키·드
우리 음악은 '디스코 뽕큰롤' … 춤 절로
슈퍼키드 멤버들. 왼쪽부터 허첵(보컬), 슈카카(드럼), 헤비포터(베이스), 파자마징고(보컬), 좌니킴(기타).
5인조 밴드 슈퍼키드가 최근 내놓은 1.5집 앨범의 두 번째 트랙 ‘잘살고 볼 일입니다’의 가사다.
가사대로 밴드는 일단 잘살기 위해 홍대 앞 클럽을 전전하며, 열심히 음악을 했다. 2004년 대학가요제 금상을 받은 자존심도 있었다. 그리고 단 한번 찾아온 기회를 발판 삼아, 속된 말로 ‘떴다’. 얼마 전 폐지된 MBC 신인가수 발굴 프로그램 ‘쇼바이벌’ 얘기다. 슈퍼키드는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출연 이후 식당 아줌마들이 사인해 달라고 해요. 명동에 나갔다가 팬들에게 포위된 적도 있어요. 우리처럼 그늘에서 음악하는 신인 가수들이 많이들 빛을 봐야 하는데, 프로그램이 폐지돼 안타깝습니다.”(허첵·보컬)
이들이 프로그램에서 ‘라밤바’ ‘서핑 유에스에이’ 해변의 연인’ ‘사랑의 트위스트’ 등을 디스코 비트의 록으로 재해석할 때만 해도 사람들은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발라드곡 ‘살다가’와 ‘난 행복해’를 비슷한 풍으로 리메이크하자 사람들은 입이 쫙 벌어졌다. ‘독설’ 심사위원 신해철은 이들에 대해 ‘필사적으로 관객을 재미있게 해주는 친구들’이라고 평가했다.
“슬픈 노래를 뉴웨이브적인 감성으로 해석했죠. 그랬더니 매니어층이 생기더라고요. ‘마냥 노는 애들이 아니라 슬픔을 역설적으로 신나게 표현할 줄도 아는구나’ 라고들 생각하신 거죠.”(파자마징고·보컬)
“이번 앨범도 그래요. 신나고 즐거운 리듬이지만, 내용은 무거워요. 어차피 부조리한 현실을 껴안고 살아가는 인생, ‘허허허’ 하며 잘살아 보자는 거죠.”(헤비포터·베이스)
급상승한 인기 덕분에, 이들은 전국 일주를 하며 각종 행사무대에 나가고 있다. 대학축제, 경로모임, 종교행사 등 어디서든 이들을 부른다. 음악이 흥겹고 신나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디스코 뽕큰롤’로 정의한다. 디스코 리듬에 ‘뽕’(트로트) 냄새 나는 록 비트를 버무린 사운드라는 얘기다.
“일반 록 비트는 관객들이 헤드뱅잉이나 점프밖에 못하잖아요. 그런데 우리 리듬은 디스코가 깔려 있으니까 다 같이 춤출 수 있어요. 록 비트에 맞춰 춤출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좌니킴·기타)
내년 초 발매할 2집 앨범도 ‘사람들을 신나고 행복하게 하는 음악’이란다. 드러머 슈카카는 “즐거운 일상에서 부닥치는 소소한 일들을 농담처럼 풀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슈퍼키드는 17일 버드락 페스티벌에서 워밍업을 한 뒤 다음 달 1일 감격적인 첫 대형 공연(서울 광장동 멜론악스)을 한다.
이들이 콘서트에서 보여 줄 비장의 무기는 1집 앨범의 곡 ‘렛 미 댄스(Let me Dance)’에 요즘 인기곡 ‘텔 미(Tell me)’(원더걸스)의 노래와 안무를 섞어 만든 ‘텔 미 댄스’다. “우리 컨셉트가 수퍼맨이고, 원더걸스의 컨셉트가 원더우먼이니 잘 어울리지 않나요? 평범한 동네 총각 같지만 무대에 오르면 수퍼맨으로 변하는 우리의 공연을 기대하세요.”(허첵)
정현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