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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버릇도 유전 'DNA의 힘' 쌍둥이 연구로 밝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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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과학실험의 희생양이 돼 35년간 헤어졌던 쌍둥이 자매가 다시 만난 사실이 최근 밝혀지면서 쌍둥이 연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쌍둥이 연구는 유전과 환경의 영향 차이를 가장 쉽게 분석할 수 있는 방법으로 행동유전학자들의 단골 연구 대상이다. 일란성 쌍둥이 또는 이란성 쌍둥이가 같이 자랐을 때, 서로 떨어져 자랐을 때 각각 성인이 된 뒤 어떤 차이가 있는가를 알아보는 것이다. 이번에 서로 만난 쌍둥이 자매 엘리스와 폴라 번스타인도 일란성 쌍둥이로 서로 떨어져 산 뒤의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 헤어지게 한 것이다.

쌍둥이 연구는 우리나라를 비롯, 미국·호주·유럽·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대규모로 진행 중이다.

쌍둥이 연구는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질 만큼 오래됐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병력과 습관조차 유전 요인 커=미국의 심리학자 토머스 부처드는 일란성 쌍둥이는 떨어져 살더라도 함께 생활한 쌍둥이처럼 습관과 행동까지 닮은 점이 많다는 사실을 1979~81년 밝혔다. 『본성과 양육(매트 리들리 저)』에 따르면 부처드가 연구한 쌍둥이 중 한 쌍은 사팔눈에 치질 수술, 고혈압, 세일럼 담배를 즐겨 피며, 손톱을 물어뜯는 것까지 서로 닮았다. 둘 다 우연하게도 첫 아내의 이름이 ‘린다’였으며, 이혼해 ‘베티’라는 이름의 여성과 재혼했다. 두 사람의 애완견의 이름은 ‘토이’로 같았다. 직업도 둘 다 목공소를 운영했다.

부처드가 연구한 결과 서로 헤어져 자란 일란성 쌍둥이의 종교적 성향은 58%, 이란성 쌍둥이는 27%의 연관성을 보였다. 이들에게 ‘전쟁’ ‘사랑’ ‘폭력’ 등과 같은 단어를 보여주며 어떤 대답을 하는가를 살펴본 결과 일란성 쌍둥이는 62%, 이란성 쌍둥이는 21%가 연관성이 있었다.

정신분열증의 경우 일반인은 0.5~1%가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란성 쌍둥이의 어느 한쪽이 정신분열증을 앓으면 나머지 한 명이 발병할 확률은 80% 내외, 이란성 쌍둥이는 50% 내외다. 지능도 유전적인 요소가 강하게 작용한다는 것이 쌍둥이 연구 결과가 뒷받침하고 있다.

이런 연구 결과는 자라는 환경보다는 유전적인 요인이 훨씬 인간 발달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체중도 일란성 쌍둥이가 더 닮아=부모와 자녀 사이의 체중 유사성은 26%다. 두 형제 간에는 34%의 유사성이 있다. 그러나 한 가정에서 자란 일란성 쌍둥이는 80%, 헤어져 자란 일란성 쌍둥이조차 72%가 비슷했다. 그러나 이란성 쌍둥이는 43%, 부모가 다른 형제들은 1% 정도만이 어떤 연관이 있었다.

◆일란성 쌍둥이는 귀 모양 같아=한국쌍둥이연구센터에 따르면 쌍둥이는 왼손잡이가 많고, 아동기 때 친구 사이에 인기가 높다. 직업과 학업 성적도 쌍둥이들 간에는 닮은 점이 많다. 어렸을 때 유전자 검사를 하지 않고 일란성 쌍둥이와 이란성 쌍둥이를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일란성 쌍둥이들은 얼굴은 달라도 대부분 귀의 모양이 동일하다. 일란성 쌍둥이 중 25%는 서로 거울에 비친 얼굴 모양처럼 빼 닮았다.

◆7명 쌍둥이가 기록=지금까지 가장 많은 쌍둥이로는 1997년 11월에 미국 아이오와에서 태어난 ‘매코이 일곱 쌍둥이’가 유명하다. 이들은 태어난 이후 모두 건강하게 자라고 있으며, 생후 생존한 일곱 명의 쌍둥이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우리나라에는 쌍둥이가 1만여 명에 이른다. 최근에는 배란 촉진제를 맞거나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아 쌍둥이들이 많이 태어나는 추세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일란성 쌍둥이=하나의 정자와 하나의 난자가 수정한 뒤 둘 이상으로 나눠져 태어난 쌍둥이다. 아직 그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란성 쌍둥이=두 개의 정자와 두 개의 난자가 각각 수정한 뒤 태아로 성장해 태어난 아이들이다. 이란성 쌍둥이 출산율은 흑인·백인·황인종의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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