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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주의아담&이브] 플라토닉 러브와 '스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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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놀라지도 않는다.

2003년 국내 첫 스와핑 현장이 적발되자 많은 사람이 탄식했지만 지금은 친자매가 함께 한 남성과 관계를 가져도, 상류층 부부가 해외까지 오가며 스와핑을 해도 별 얘깃거리가 안 되는 모양이다. 사실 요즘 서구에서는 스와핑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다. 이 말은 ‘아내 교환’(Wife Swapping)에서 왔지만, 남성 중심적이라고 해서 요즘은 ‘스윙잉’(Swinging)이라는 말을 쓴다. ‘오락가락하기’ 정도로 번역된다고나 할까. 집단성행위는 고대 각국에서 종교문화로 존재했으며 ‘플라토닉 러브’로 유명한 철학자 플라톤도 넓은 의미의 스윙잉주의자다. 그는 공평무사한 철인들이 정치를 해야 하지만, 가족의 이기심이 마음을 흔들 가능성이 있으므로 부인을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플라톤이 강한 스파르타를 동경하고 있었고, 그곳에서는 사내아이를 잘 낳는 여성의 남편이 국가 발전을 위해 아내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 줬으므로 이를 부러워한 결과인 듯하다.

현대에서 부부 교환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 공군 장교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미국에는 1960년대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성적 자유 리그’(Sex Freedom League)에 이어 ‘북미스윙클럽협회’(NASCA) 등의 이익단체가 생겼고 NASCA는 국제단체로 외연을 키웠다.

그렇다면 부부 교환은 과연 성도착증일까?

스윙잉주의자는 ‘넓은 사랑’을 나누는 것이 왜 잘못이냐고 묻는다. 그들은 대신 매춘, 미성년자 교제, 성폭력 등을 경멸한다. 하지만 일부 상류층이 혼음에 빠지는 것은 ‘넓은 사랑’보다는 ‘기존 섹스의 권태’ 때문이며 사회 전반적으로 번지는 ‘하드코어 섹스’의 하나인 측면이 있어 외국의 공동체적 스윙잉과는 다르다.

부부 교환 성행위는 다음의 성도착증과 본질적으로 다른 것일까.

아이를 지극히 밝히는 ‘소아성애증’, 바바리맨의 ‘노출증’, 여성의 속옷이나 스타킹·머리카락·음모 등을 모으면서 쾌감을 느끼는 ‘페티시즘’, 이성의 옷을 입으며 흥분하는 ‘이성복장착용증’, 사디즘과 마조히즘, 수간을 즐기는 ‘동물기호증’, 상대방에게 오줌을 누는 ‘소변도착증’….

이 밖에 나무와 성행위를 즐기는 ‘수목도착증’, 노령자만 좋아하는 ‘노인도착증’, 젖을 먹이는 여성에게 성적으로 끌리는 ‘수유도착증’ 등 수많은 ‘변태’가 있다. 92년 영국의 한 청년은 지하철에 성적으로 끌리는 증세 때문에 정신치료를 받았으며 이듬해 한 남성은 포장도로(鋪裝道路)와 성교한 죄로 18개월을 선고받았다. 우리나라에 만연한 ‘하드코어’ 문화는 이것과 다른 것일까. 오늘 밤도 거리의 호객꾼들은 이렇게 외치고 있다.

“2명의 미녀가 함께 화끈하게 모십니다.”

“룸에서 모두 함께 술 마시고 즐기고, 다 해결됩니다.”

이성주 코메디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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