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울려퍼진 ‘아줌마들 하모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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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분당어머니합창단이 서울종합예술원 유태왕 교수(맨 오른쪽)의 지휘에 맞춰 ‘2007 부산국제합창제’ 참가곡인 ‘인연’을 부르고 있다. 합창단은 3일 끝난 부산국제합창제 민속음악 부문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사진=최승식 기자]

3일 오후 7시40분쯤 ‘2007 부산국제합창제’ 시상식이 열린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30∼50대의 주부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경기도 분당어머니합창단이 민속음악 부문에서 쟁쟁한 국내외 합창단을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합창제는 국내 7개 팀을 포함해 전 세계 15개국 45개 팀이 참가해 대중·민속·클래식 혼성·여성 등 4개 부문으로 나뉘어 열렸다. 국내에서는 분당 어머니합창단만이 유일하게 수상했다.

 단원들은 경연대회에서 지휘자 유태왕(52·서울종합예술원) 교수가 작곡한 ‘인연’과 ‘청산별곡’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심사위원들은 “국내 유명 시립합창단에 버금가는 뛰어난 화음과 환상적인 하모니가 일품이었다”며 “단원들이 아마추어보다는 프로에 가깝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995년 5월 노래를 좋아하는 분당 주부들이 구성한 분당어머니합창단이 국내외 합창대회를 휩쓸며 주목을 받고 있다. 당시 분당구가 주부 12명을 모집해 어머니합창단을 만든 게 계기가 됐다.

 ◆동창생을 분당으로 이사시키는 열정으로=여성합창단은 소프라노·메조소프라노·알토 3개 파트에 40명 정도는 돼야 한다. 하지만 창단 초기는 단원이 부족해 합창단 실력은 주부모임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창단 4년째인 98년 4월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당시 30회 난파음악제 참가를 준비하면서 이왕 하는 김에 제대로 하자고 단원들은 의기투합했다. 합창단은 실력 있는 주부로 단원을 충원하기 위해 분당 곳곳을 누비며 새 식구를 찾았다. 한 단원은 노래솜씨가 출중한 서울에 사는 여고 동창을 설득해 분당으로 이사하게 할 정도였다.

 ◆연습 또 연습=음대 교수를 초빙해 혹독하게 연습했다. 매주 화·금요일이면 분당구청 1층 대회의실에 모여 4시간씩 연습을 했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연습이 끝나면 단원 모두 목이 쉴 정도였다고 한다. 출결도 엄격했다. 열정이 없으면 실력도 늘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이다. 한 학기(6개월)에 10번 이상 결석하면 합창단을 떠나야 했다.

 처음에 가족들은 합창에 빠져 사는 아내 또는 엄마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하지만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가족들도 적극적인 후원자가 됐다.

 단원인 이영희(49)씨는 “집에서도 악보를 보며 노래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자 남편과 아이들이 집안일을 대신해 줄 정도로 열렬히 지원해 주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합창에 빠져 10년 이상 개근한 단원만 현재 10명이 넘는다.

 ◆국내외 대회 휩쓸어=이런 열정으로 합창단은 그해 난파음악제 장려상을 시작으로 2004년 거제 전국합창대회 대상, 2005년 휘센합창대회 최우수상 같은 국내 각종 합창대회를 석권했다. 2004년에는 독일 브레멘 세계합창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다. 2006년 중국 셔먼 세계합창올림픽에서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명성이 높아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초청이 쇄도했다. 순수 아마추어 합창단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매년 대여섯 차례씩 지금까지 모두 60여 차례의 초청 연주회를 가졌다.

 단장 박영희(47)씨는 “올겨울에도 송년음악회 같은 스케줄이 꽉 차 있고, 연말에는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뮤지컬에도 출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영진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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