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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학 로스쿨 무리한 유치 사시 탈락자 많아 사회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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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시마다 니로(島田仁郞.사진) 일본 최고재판소 장관은 1일 "일본 신사법시험(변호사 시험)에서 떨어진 로스쿨 졸업자들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대학들이 무리하게 로스쿨을 유치하고 보자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최고재판소 장관은 우리의 대법원장에 해당한다. 이용훈 대법원장의 초청으로 지난달 29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방한한 시마다 장관은 이날 신라호텔에서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 그는 "앞으로 일본 로스쿨 중 경쟁에서 도태되는 학교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일본은 2004년 로스쿨 제도를 도입했는데 잘 되고 있나.

"로스쿨이 너무 많이 생겨 당초 계획했던 신사법시험 합격률 70~80%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학부와 로스쿨을 합쳐 7년의 교육을 받고도 신사법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낙오생이 너무 많다."

-탈락자에 대한 대책은 있나.

"교육 기간이 길고, 신사법시험 탈락자의 나이가 많아 뾰족한 대책은 없다. 이제 첫 졸업생이 나온 상황이라 차차 대책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판원 제도(2009년 도입)는 판결에 참고만 하는 우리의 '배심제'(2008년 도입)와 뭐가 다른가.

"법관과 시민에게 같은 권한을 주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3명의 법관 의견에 6명의 시민 의견을 더하는 것이다. 판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민의 참여가 저조해 걱정이다. 기업체에 유급휴가를 요청하는 등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번에 방한한 목적은.

"한.일 양국은 로스쿨 도입, 재판원제도(배심제) 등 사법 개혁 측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 사법시스템을 비교하고 배우러 왔다. 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는 특허법원, 미국인 강사가 영어로 영미법을 강의하는 사법연수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박성우 기자

◆일본의 로스쿨제도=2004년 개교했다. 당초 30여 개대학에 총정원 5000명 미만을 인가, 70~80%의 합격률로 연간 합격자 3000여 명을 배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학들의 반발 때 문에 74개 대학을 인가해 총정원이 5800여 명에 이른다. 지난해 첫 신사 법시험에서 합격률은 48.3%였다.

◆시마다 니로=1938년생. 도쿄대 법학부 졸업. 센다이·오사카고등재판소 장관을 거쳐 2002년 최고재판사(대법관)에 임명됐다. 지난해 10월 장관에 취임했다. 법관 경력 40여 년간 형사 사건만 담당한 '형사 전문 법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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