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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는 우리땅 날씨는 일본 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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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독도에 대한 레이더 기상관측에 사실상 손을 놓은 사이 일본 정부는 기상 레이더 장비로 독도를 관측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기상청이 운용하는 기상레이더 관측망으로 독도는 관측 범위 안에 들어오지 않아 사실상 정확한 관측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사실은 국민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물론 우리나라 기상청 관계자들도 일본 기상청의 관측 실태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취재결과 드러났다.

동해 명칭 홍보와 독도에 대한 영유권 수호에 주력해온 한국 정부가 독도 해역의 ‘날씨 주권’만큼은 이미 일본에 빼앗긴 것 아니냐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일본 기상청이 홈페이지(www.jmp.go.jp)에 실은 "일본 기상레이더 관측망" 독도가 연두색으로 일본 영토로 표시(네모)돼 있고 일본 기상레이더관측망의 선 안에 편입돼 있다.

일본 기상청은 국내 기상 레이더 관측망 지도에서 자국의 영토를 주변국과 구별하기 위해 연두색으로 표시하면서 독도도 같은 색으로 표시했다. 일본은 일본 시마네현(島根縣) 마츠에시(松江市) 소재 마츠에 기상대에서 레이더 관측장비로 독도를 관측해오고 있다. 시마네현은 2005년 2월 ‘다케시마의 날’ 조례를 제정해 국민의 분노를 산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기상청은 강원도 동해시 동해기상대 옥상에 있는 기상레이더 관측장비로 울릉도 해역을 관측하고 있다. 하지만 기상청 관측장비의 유효 반경은 240km이기 때문에 독도 직전까지만 관측이 가능하다. 동해기상대 관계자는 이와관련, “동해기상대의 레이더 관측장비로 보면 독도 바로 앞에서 끊어진다”고 말했다. 기상청이 보유한 관측장비의 최대 반경은 480km이지만 해상도나 정확도가 떨어져 기상 레이더로서의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독도를 기상레이더로 관측하기 위해서는 울릉기상대에 관측장비를 설치해야 하지만 울릉기상대에는 해당 장비가 없다. 기상 레이더는 일반 관측장비로는 관측이 불가능한 사각지대까지 관측이 가능한 장비로 정확한 예보를 위해서는 필수적인 장비다. 하지만 기상청 관계자들은 우리나라가 편서풍 지대라는 점에서 독도 해역을 위한 기상레이더 관측 인프라 확충에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상청은 홈페이지에서 기상 관련 레이더 영상을 합성영상과 분석영상으로 나눠 제공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합성영상에는 독도가 레이더 관측망의 사정권 안에 포함되어 있지만 분석영상에는 사정권 범위 바깥에 있는 것으로 표시돼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기상청(www.kma.go.kr)이 홈페이지에 게재한 기상레이더 메뉴 중 분석영상 사진. 기상청이 운용하는 기상레이더 관측망으로 독도는 관측 범위 안에 들어오지 않아 사실상 정확한 관측이 어렵다.

이에 대해 기상청의 관측기술운영과 관계자는 기상청에서 합성영상과 분석영상을 작성하는 부서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상청에서 주로 사용하는 반경 240km 사정권을 가진 기상 레이더 관측으로는 독도가 사정권 안에 들어오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레이더 영상에 독도를 함께 표시해달라는 국민들의 요구를 감안해 독도를 합성영상에는 기상레이더 관측장비의 사정권에 들어오는 것으로 표시했다”고 말했다. 실제로는 독도가 레이더 반경에 들어오지 않지만 여론을 반영한다는 명목으로 레이더 반경에 들어오는 것처럼 표시한 것이다.

기상청의 또 다른 관계자는 “바람이 서에서 동으로 부는 편서풍 지대에 위치한 한, 일 양국은 자국의 서쪽 해역 관측이 중요하다. 따라서 독도 해역의 기상 관측은 일본에게 더 필요한 일일 것”이라면서 “한반도 또한 동해보다는 서해 관측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취재과정에서 기상청 관측기술운영과 관계자들은 일본이 독도를 기상레이더로 관측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 관계자는 “일본 기상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봤지만 기상예보에서 독도는 표시돼 있지도 않고 예보도 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의 주요 방송과 일간지는 일본 기상청이 제공한 독도해역의 기상관측과 예보를 보도하는 곳은 없다. 일부 국민들은 이를 근거로 우리 나라에서만 독도에 대한 관측과 예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있다.

김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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