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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생 수업 제한” “농촌교육 살릴 해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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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우수학생들에게 무료 과외를 시켜 15년만에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한 순창군의 옥천 인재숙(上)과 농촌 기숙형 공립학원 운영을 규제하는 교육청의 조례 개정안에 대한 규탄 시위를 벌이는 순창군민들(下)

성적이 좋은 학생들을 선발해 무료 과외를 시켜주고 잠까지 재워주는 ‘기숙형 공립학원’의 존폐를 놓고 줄다리가 치열하다. 지자체는 “인재양성과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공립학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교육청은 “관련법에 어긋나기 때문에 학생들의 수업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순창군민 500여명은 23일에도 읍사무소 주변에서 공립학원 수호를 다짐하는 결의대회를 가졌다.

◆“기숙학원 운영 불가”=전북도교육청은 22일 전북도교육위원회에 학습교과교습학원의 등록기준 조례 개정안을 상정했다. 이 조례 개정안은 정부의 ‘학원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2006,9)과 시행령 개정(2007,3)에 맞춰 올 7월 전북도교육청이 마련한 것으로 숙박시설을 갖춘 기숙학원의 초·중·고 재학생 교습 제한 내용을 담고 있다.

조례 개정안은 숙박시설의 위치가 학원과 동일건물 이거나 300m이내에 위치하면 숙박시설을 갖춘 학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학교교과 학원의 교습시간은 학부모와 관련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오전 5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제한한다. 다만 지역 교육장이 승인할 경우 밤 12시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도교육청은 “조례 개정안 기준에 따라 순창군 옥천인재숙은 재학생을 받을수 없다”며 “순창군이 4년전 설립을 근거로 특례를 요구하고 있지만 다른 시·군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어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운영의 묘를 살려 기숙사와 학원을 별개로 운영하면서 군이 학교에 경비를 지원하고, 학교가 강사를 모셔와 방과 후 교육의 일환으로 학원을 운영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농촌 살릴 모델”=순창군이 2003년부터 운영해 온 기숙형 공립학원인 ‘옥천인재숙’은 농촌지역 자치단체들의 교육투자 모델로 자리잡았다. 올 2월 고교를 졸업한 인재숙 학생 43명 가운데 서울대 2명을 포함해 26명을 수도권 4년제 대학에 진학했다. 강인형 순창군수는 “인재숙 운영 후 도시로 나가는 학생은 거의 없고 오히려 50여 명이 전학 왔다”며 “줄기만 하던 인구가 2004년부터 일년에 100여명씩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립학원의 성과가 높게 나타나자 김제·완주·진안군 등 주변 지자체들이 잇따라 도입을 추진 중이다.

때문에 순창군은 “인재숙의 재학생 교습을 막는 학습교과교습학원 운영 조례안을 절대로 받아 들일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순창군민들은 지난 8월부터 전북도교육청·순창군청 주변에서 조례 개정 규탄 시위를 하고 있다.

주민 이선일(42)씨는 “농촌 인재양성의 요람인 인재숙을 흔들지 말라”며 “인재숙이 보장되지 않으면 자녀 등교를 거부하고, 그래도 강행하면 검정고시로 진학시키겠다”고 했다. 순창군은 기숙형학원 규제 조례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법원에 조례무효소송을 내는 한편 관련법의 위헌여부는 묻는 헌법소원도 낼 방침이다.

장대석 기자

◆옥천인재숙=순창군이 2003년 6월에 건립한 최초의 ‘공립 학원’이다. 28억원을 들여 지었으며 연간 11억원을 운영비로 지원한다. 중학교 3년부터, 고 1~3학년생을 각각 50명씩 선발해 총 200명을 대상으로 무료 과외를 한다. 강사는 서울·광주 등 학원가에서 초빙해와 국어·영어·수학 과목을 하루 3시간씩 가르친다. 학생들은 식비 명목으로 한끼 2000원씩을 부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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