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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 유괴 아들 되찾았던 대천어머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정신질환자라니요.그토록 짧은시간에 물증하나 남기지않고 대담한 범행을 저지르려면 치밀한 사전계획이 필요합니다.정신병자가 했다고 생각하기엔 석연치않은 점이 너무 많아요.』 대천시 연쇄영아 유괴.살인사건 수사가 미궁에 빠져드는 가운데 이사건의 첫피해자인 金英喆(33.대천시대천동).李成愛씨(30)부부는『洙姸양 사건도 연이은 사건을 저지른 범인과 동일범이 틀림없다』고 당시의 악몽을 되새겼다.
金씨부부가 평생을 두고 마음의 공포로 짓누르는 외아들 실종사건을 당한 것은 91년 8월16일.洙姸양 실종.피살사건이 나던날과 햇수만 다를뿐 우연히 같은날 새벽이었다.
이날 오전 2시쯤 생후 2개월된 萬泰군을 부부사이에 재우고 한잠을 잔뒤 우유를 먹이기 위해 오전 5시45분쯤 깨어보니 아이가 없어진것.
즉시 경찰에 신고는 했으나 현장에 달려온 경찰관은『한밤에 같은방에 자던 아이를 잃어버리는 한심한 부모가 어디있느냐』며 오히려 핀잔을 주고는 단순실종 사건으로 취급하려했다.
『경찰의 이같은 태도가 연쇄 비극의 시작이었다는걸 이제서야 깨닫습니다.』 다행히 萬泰군은 이날 아침 잡초제거 작업에 나선주민들에 의해 부근 대천천 둑방 잡초더미에서 발견돼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그러나 萬泰군은 범인이 풀속에 던진듯 머리에 심한충격을 받아 의사로부터 정상적인 성장이 불확실하다는 진단을 받아야했다.
다행히 金씨부부의 지극한 정성으로 萬泰군은 현재 4살배기 귀염둥이로 잘자라 온갖 재롱속에 식구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하지만 이번 사건을 보면서 金씨부부의 감회는 남다르다.
『당시 우리집은 4가구가 함께 사는 다세대 주택으로 아기가 있는 집은 우리 뿐이었어요.범인이 사전에 우리집을 범행대상으로지목한 것입니다.더구나 범인은 두개의 대문중 한쪽 대문이 잠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도주로로 이용할 정도였어요.이정도면 얼마나 치밀한 계획과 답사를 거쳐 범행이 자행됐는지 명백한것 아닙니까.그런데도 경찰은 단순실종사건으로 취급했단 말입니다.』 李씨는『洙姸양 사건마저 해결되지 않으면 이곳을 떠나겠다』며 경찰에 대한 항의를 대신했다.
[大川=鄭濟元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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