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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이마트, 자체상표 상품 3000개 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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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국내 최대 할인점업체인 신세계 이마트가 16일 새로운 PL(자체 상표)상품을 대거 출시했다. 유통업체가 직접 상품을 기획·공급함으로써 ‘언제나 싼 물건을 공급한다’는 할인점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필품 제조업체들은 마진을 남기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며 술렁이고 있다.

◆유통업체 “PL로 승부하겠다”=이마트가 내놓은 PL상품은 6개 브랜드 3000여 가지 품목이다. ^신선식품에 적용되는 ‘후레쉬(fresh)’ ^가공식품·일상용품에 붙는 ‘이마트’ ^가정·주방용품인 ‘러빙홈’ ^가전·문화상품의 ‘플러스메이트(Plusmate)’ ^프리미엄 생활용품 등에 적용되는 ‘베스트셀렉트(BESTSELECT)’ ^저가 실속형 브랜드인 ‘해피 초이스’ 등이다. 이들 PL상품은 같은 급의 일반 브랜드 제품보다 20∼40% 싸다는 게 이마트 측의 설명이다.

이마트는 PL상품을 현재 시장 점유율 1위 상품과 나란히 매장에 진열하겠다며 상품의 질에 대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이마트의 자체 상품인 ‘맛으로 승부하는 라면’을 농심의 ‘신라면’과 나란히 배치하는 식이다.

이마트 이경상 대표는 “이마트의 상품판매 축을 PL 쪽으로 옮겨가겠다”고 밝혔다. 현재 매출의 10% 미만인 PL상품 비중을 2010년 23%, 2017년 30%까지 높이겠다는 게 이마트의 계획이다. 이 대표는 “선진 유통업체들의 PL상품 비중은 미국의 월마트가 40%, 영국의 테스코가 50%, 영국 백화점 막스앤드스펜서가 100%에 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뿐만 아니라 다른 국내 할인점들도 자체 상표를 갈수록 키우고 있다. 지난해 4300가지 자체 상품으로 전체 매출의 18%(7200억원)를 올린 홈플러스는 올해 이 비중이 20%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마트도 자체 브랜드 ‘와이즐렉’으로 올해 총 매출의 14%(6000억원)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긴장하는 제조업체=이마트의 방침이 나오자 제조업체들은 긴장하고 있다. CJ제일제당·롯데칠성·해태제과 등 생필품업체들은 이마트의 새 전략이 불러일으킬 파장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이마트에 맞서 경쟁 할인점업체들이 납품업체들에 상품 가격을 추가로 인하하라고 종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당장 싼 물건을 살 수 있어 좋겠지만, 제조업 전체의 존립 기반을 악화시켜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무시 못한다”고 주장했다.

중소제조업체 관계자는 “할인점이 PL상품 판매에 더 신경 쓰면 제조업체는 유통업체에 더 휘둘릴 수밖에 없다”며 “우리 같은 중소업체들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질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이현상·임미진 기자

◆PL(Private Label)상품=유통업체가 제조업체 브랜드 대신 자신의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는 상품. 유통 과정을 단순화하고 마진을 줄여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PB(Private Brand)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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