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쑝쑝~ 한번만 들으면 중독된대요"

중앙일보

입력 2007.10.15 18:37

업데이트 2007.10.15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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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원더걸스. 왼쪽부터 소희·유빈·선미·선예·예은 김성룡 기자

교복 차림의 앳된 여학생 다섯 명이 낡은 TV로 가수 박진영의 ‘그녀는 예뻤다’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다. 1980년대 팝댄스 리듬과 촌티 패션에 박장대소하는 여학생들. “누가 요즘 저런 거 입어” “진짜 촌스럽다”라며 비아냥댄다. 순간 화면이 바뀌며 이들은 ‘뽀글 파마’에 과장된 화장 등 더 촌스러운 모습을 하고 80년대 ‘쑝쑝쑝’ 리듬에 몸을 싣는다.

원더우먼이 팔찌로 총알을 막아 내는 동작을 응용한 ‘팔찌춤’, 가수 이은하의 ‘찔러춤’보다 동작이 더 큰 ‘패션춤’ 등의 안무는 디스코가 촌스럽게 진화한 듯한 느낌이다. 1집 앨범의 ‘텔 미(Tell me)’로 인기 정상을 달리고 있는 5인조 여성 아이돌그룹 ‘원더걸스’의 뮤직비디오다.

10대 중후반의 멤버들은 생소한 80년대 리듬과 춤을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소화해 냈다. 요즘 불고 있는 복고 열풍을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는 물론 사무실·군대에서도 쉬는 시간이면 누군가 중독성 강한 후렴구 ‘테테테테테 텔미’를 흥얼댄다. 그 정도로 이들은 요즘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군대에서 얼차려를 받다가도 TV에 우리가 나오면 고참이 ‘10분간 휴식’을 외친대요. ‘원더걸스를 사랑하는 30대 모임’까지 생겨났어요.” (예은·일산 정발고 3년)

회사 내 한 부서에서 30대 후반의 과장과 10대 후반의 여사원이 함께 ‘텔미’ 후렴구를 흥얼댄다고 하니, 원더걸스의 넓은 팬층을 짐작할 수 있다. 축제 시즌인 대학가에서는 이들이 섭외 1순위다.

“80년대 코드에 2000년대의 세련된 소스가 가미돼 있기 때문에 다양한 연령층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반복되는 후렴구와 신나는 리듬·안무는 중독성이 강하죠. ‘텔 미’를 하루에 20번 이상 듣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는 분들도 있어요.” (선예·한국예술고 3년)

‘텔 미’는 UCC(사용자제작 콘텐트)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다. 학생·주부는 물론 군인까지 텔미 UCC를 만들어 올린다. 텔미 UCC는 미국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도 여러 개 올라 있다.

“군인 아저씨들이 골반을 어찌나 잘 돌리시는지… 정말 감동했어요. 최근에는 태국 사람들이 만든 텔미 UCC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태국 여자 5명이 텔 미 춤을 추는데 관객들이 텔 미 후렴구를 따라하는 거예요. 태국에서는 싱글 앨범 하나 낸 게 전부인데….” (유빈·명지대 뮤지컬공연학과 1년)

이들은 처음 복고 컨셉트를 접하고, “이게 뭐야”하고 투덜댔다고 한다. 선미(서울 청담중 3년)는 뮤직비디오보다 더 촌스러운 앨범 재킷 사진을 보고 눈물을 터뜨렸다고.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하다 보니 재미있고, 신기했어요. 앨범사진을 찍으면서 서로 시골 아줌마 같다며 놀려댔죠. 예은 언니의 뽀글파마 가발에 휴대폰을 넣었더니 정말 들어가더라고요.(웃음)” (소희·고대부중 3년)

소속사(JYP 엔터테인먼트)에서도 이 같은 컨셉트에 대해 반대 의견이 강했지만, 끝까지 밀어붙인 이는 이 곡의 작사·작곡을 맡은 박진영 프로듀서다. 패션춤과 팔찌춤은 뮤직비디오를 찍기 직전에 그가 뉴욕에서 보내온 동영상 안무 지도에 따라 급하게 집어넣은 것이다.

“너무 생소한 노래와 안무여서 다들 모험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박진영 PD님이 80년대 뮤직비디오를 보여 주며 ‘느낀 대로 상상하고 재현하라’고 주문했죠. 그리고 ‘잘하려 하지 말고 스스로 즐겨라’고 당부했어요.” (선예)

정말 신이 난 멤버들은 안무를 여러 번 고쳐가며, 재미있는 춤을 개발했다. 초반의 어깨춤은 선미가, 한 줄로 서있다 V자 대형으로 바꾸는 ‘감수분열 춤’은 예은이 아이디어를 냈다.

90년대 후반 SES와 핑클의 노래와 춤을 따라 하며 가수의 꿈을 키웠던 이들.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신인가수가 됐지만 아직 ‘떴다’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고 한다.

“차, 숙소, 연습실, 무대를 도는 일상이 반복될 뿐이에요. 방송국에서 따로 대기실을 마련해 줄 때 ‘예전과는 다른 대접을 받는구나’라고 생각하는 정도죠. 소희와 선미는 최근 중간고사까지 치르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유빈)

“무대에 서면 정말 즐거워요. 공중 부양하는 느낌이랄까요? 나중에 원더우먼 앞에서 공연했으면 좋겠어요. (웃음)” (선미)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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