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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4대 사찰' 신계사 … 남·북이 손잡고 되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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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3일 총무원장 지관 스님을 비롯한 조계종 관계자들이 북한의 조선불교도연맹 관계자들과 함께 금강산 신계사(金剛山神溪寺).라고 적힌 만세루 현판의 제막식을 하고 있다. [금강산=백성호 기자]

조계종 초대 종정인 효봉(曉峰.1888~1966) 스님이 출가한 사찰인 금강산의 신계사가 복원돼 13일 낙성법회가 열렸다. 신계사는 장안사.유점사.표훈사와 함께 '금강산 4대 사찰'로 꼽히는 명찰이다. 조계종의 첫 북한 내 사찰 복원사업이기도 하다.

이날 아침부터 가을비가 내렸다. 남측 조계종(총무원장 지관 스님)과 북측 조선불교도련맹(위원장 유영선)에서 모두 350여 명의 청중이 참석했다.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소실된 사찰이라 참석자들의 감회가 남달라 보였다. 굵은 빗줄기에도 자리를 뜨는 사람은 없었다.

지관 스님은 낙성법회에서 "대웅전과 부속 전각 복원, 불상 조성과 단청불사 등 그동안 숨가쁜 통일불사를 달려왔다"며 "신계사 복원불사를 기틀 삼아 남북 불교 간 교류와 협력이 더욱 발전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북측 유영선 위원장은 "우리는 돈이나 자재로 신계사를 지은 것이 아니다. 하나 되기 위한 뜨거운 마음으로 신계사를 복원했다. 통일조국을 위한 제2, 제3의 불사로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계사 복원 공사는 2004년 4월 착공했다. 대웅전과 만세루, 극락전, 축성전, 칠성각, 나한전, 요사채 등 14개 전각을 되살리는 데 꼬박 3년6개월이 걸렸다. 남측에서 자재와 숙련공 등 약 70억원의 비용을 댔고, 북측에서 부지 제공과 인력, 단청 작업 등을 담당했다.

낙성식에 참석한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처음에 신계사의 빈터는 무척 쓸쓸했다. 만세루의 주춧돌과 무너진 3층 석탑, 그리고 보리수 두 그루만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명찰이 없는 명산이 없다"며 "이번 신계사 복원은 불교 문화재의 빈 자리를 메웠을 뿐 아니라 금강산을 역사가 숨 쉬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게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국내외 불교계의 관심도 컸다. 태고종 총무원장(운산 스님)과 관음종 총무원장(홍파 스님)도 참석했다 또 대만 불교계를 대표하는 불광산사의 총회장 심정(心定) 스님이 직접 신계사를 찾았다. 심정 스님은 13일 저녁에 열린 남북 간 만찬 모임에서 "'삼국지'에 보면 '합구필분 분구필합(合久必分 分久必合)'이란 말이 있다. 합이 오래되면 흩어지고, 흩어졌다 오래되면 반드시 합치게 된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는 또 "중국의 육조 혜능 대사는 '사람에겐 동서가 있어도, 불성에는 남북이 없다'고 했다. 오늘 여러분은 같은 신앙 안에서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신계사 공동 복원을 통한 남북 간 종교적, 인적, 건축학적, 학술적 교류 등은 성과로 평가된다. 그러나 향후 운영 방식은 '숙제'로 남아 있다. 지관 스님은 "시작할 때 '남북 공동 복원'에만 합의했다. 절 안에 누가 살고, 어떻게 운영할지는 포함되지 않았다. 앞으로 북측과 계속 협의하며 풀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신계사는 남측 관광객과 재가불자들이 주로 찾을 전망이다. 그런데 가사의 색깔도 다르고, 머리도 기른 북측의 유발 스님들이 머물 경우 방문객들이 무척 당혹스러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계사 복원 사업을 도맡았던 도감 제정 스님은 "신계사의 위치가 북측의 군사지역이라 현재는 오후 5시면 모두 절을 나와야 한다"며 "언젠가는 신계사에 수행을 하는 수좌들이 살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금강산=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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