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강의 밤 12시 제한' 힘겨루기

중앙일보

입력 2007.10.11 10:29

부산지역 학원의 심야 강의시간 제한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논란은 부산시교육위원회가 지난달 밤 12시까지로 학원 강의시간을 제한하는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촉발됐다. 학원가에서는 법의 실효성과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전교조 등 시민단체는 학생 건강을 지키려면 학원 강의시간을 오후 10시로 앞당겨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교육위의 조례 개정안은 10일 부산시의회에 상정돼 의결을 거친다. 학원 심야강의시간 제한은 각 시·도교육청에서 조례 개정으로 결정하고 있다.

■ 학원가 거센 반발

고액과외 부추기고 형평성 문제 많아
■ 전교조 "더 앞당겨야"

공교육 정상화 우선 … 오후 10시가 적당
■ 부산시의회 전전긍긍

'오후 11시 제한' 절충안 제시 가능성

◇ 학원가 “고액과외 더 극성” 주장=학원가에서는 “학원 강의시간을 규제하는 자체가 법의 실효성·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아예 규제 자체를 철폐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송긍복 부산 학원연합회 입시분과 위원장은 “7년 전 부산지역에서 강의시간을 제한하는 조례가 있었지만 교육에서는 법의 제재를 허용하지 않으려는 국민정서가 있어 실제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사교육 시장에 인터넷 강의·학습지·학원·개인과외·EBS 방송 등 여러 가지가 있는 데, 오직 학원에만 조례를 만들어 규제하는 것은 법의 형평성 논리에도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학원 강의시간 규제가 고액과외를 조장해 사교육비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학원 관계자는 “음성적인 과외나 불법·편법 영업을 키우는 ‘풍선 효과’만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의 강제적인 야간자율학습을 없애면 시간제한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기현 박정어학원 원장은 “학교의 의무적인 자율학습과 심야학원수업으로 이중고를 겪는 학생들에게도 긍정적인 효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전교조 “오후 10시까지로 앞당겨야” 요구=전교조는 학원의 심야강의는 수면·휴식 부족으로 성장기 청소년의 신체적·정신적 발달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교조는 오히려 “학원 강의시간을 오후 10시로 제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최소한의 학생 건강권을 지키려면 심야강의를 오후 10시까지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교육위의 밤 12시 시간제한은 형식적인 규제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교조 부산지부 서정호 정책실장은 “하루 12시간 이상의 과중한 학습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학생들의 건강·인권을 위해서는 강의시간을 오후 10시로 앞당겨야 한다”며 “이것이 현재로선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참교육학부모회 부산지부 김정숙 정책실장은 “밤 12시까지로 할 경우 학원에서는 새벽 1∼2시까지 강의를 하는 심야 강의 프로그램을 신설해 학생과 학부모를 유혹할 것”이라며 “이럴 경우 사실상 무제한으로 학원 강의시간을 푸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지금도 고액과외는 일부 부유층에서 성행하고 있는 것이 사실 아니냐”며 “학원 측의 음성·고액 과외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 시의회 누구 손 들어줄까?=밤 12시로 개정될 경우 전교조·참교육학부모회 등이 강력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후 10시로 심야강의시간 제한을 위한 조례가 개정되면 학원들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학원은 밤 12시 정도까지 운영하고 있다. 오후 11시로 강의시간이 제한될 수도 있다. 양측의 주장을 감안한 시의회의 절충안인 셈이다.
부산시교육청은 난감한 입장이다. 심야강의시간에 제한을 두면 단속이나 관리를 해야 하는 데 인력 부족으로 실질적인 관리가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김관종 기자 istor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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